오랜만입니다. 

늑향 22권 정발이 2020년이었는데, 벌써 4년이란 시간이 흘러버렸네요.

그 사이에 계속 늑대와 양피지를 읽고 있어서 끊겼다는 느낌은 없었습니다만,

새삼스럽게 날짜를 보니 아득한 세월입니다.

늑향 24권은 이미 있습니다만, 이게 언제 정발될지 모르겠군요.

모처럼 애니도 하고 있으니 금방 나와줬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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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저녁에 주문하면 다음날 출근 전 새벽에 책이 도착하는 시대입니다.

덕분에 어제는 아침부터 즐겁게 보낼 수 있었지요.

애 하나 낳은 어린 신부, 애를 셋이나 낳은 성직자, 숫처녀(수백살). 

조만간 리메이크 TV 애니판에도 등장할 아가씨인데, 

그땐 남자랑 손잡는 것도 힘들던 처녀가 벌써 애가 셋입니다. 

옆에 수백살 먹은 글래머 숫처녀 다람쥐나 

애가 다 컸는데 아직도 여중생 같은 늑대 때문에 헷갈리지만

인간의 시간이란 어쩔 수 없는 거겠지요.

게다가 늑향 세계는 21세기 한국과는 다르니까요.

- 뇨히라와 테레오 마을은 멀리 떨어져 있고, 

이제 피차 젊지도 않으니 자연스럽게 생각해보면 재회할 일은 없다. 

이번의 작은 모험으로 오랜만에 만나 즐거웠던 로렌스와 헤어지면서 

차마 이별의 말을 내뱉지 못하던 엘사가 되뇌이는 말은 심히 씁쓸합니다.

사람이 평생 한 마을에 묶여 살아가는 이 중세 판타지에서 

한 번의 이별은 영원의 이별과도 같은 이야기니까요.

마찬가지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이 아무리 깊더라도 

시간의 흐름 속에 파묻혀 사라져가는 것은 막지 못합니다.

그것은 설령 풍작을 관장하는 여신이라 하더라도 마찬가지.

- 낯선 난롯불에 비친 그 녀석은 나와 함께 보낸 시간만큼 

나이를 먹었더라고. 익숙한 온천에서는 미처 몰랐는데.

호로의 모습은 엘사가 처음 만났던 소녀 그대로였고,

분명 엘사가 지팡이를 짚고 걸어다닐 나이가 되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호로에게 10년이나 20년 정도는 아주 잠깐 들렀다 가는 길에 불과하다.

하지만 로렌스는 그렇지 않다.

그런 호로에게 로렌스는 영원한 선물을 만들어 줍니다.

설령 자신이 늙더라도, 죽어서 백골이 되어 먼지로 사라지더라도,

앞으로 수백년이 지나더라도 매년 그녀에게 보내질 선물을.

인간은 신들처럼 영원한 세월을 살아갈 수 없지만,

피를 이은 자손을, 권리를, 재산을, 끝없이 이어가는 후예들의 삶을 합쳐 

불멸을 이룩합니다.

교회의 이름으로 지켜지는 영주의 권한으로

귀족 로렌스가 대대로 여신님께 바치는 공물은 영원하리.

PS : 다만 지금 시대의 흐름을 생각하면 로렌스가 무리하면서 준비했던 이 영원의 선물이

실제로는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시궁창 같은 미래가 보입니다만...

X같은 혁명, X같은 단두대, 미친 대학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