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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물_네타] [애콜라이트 3화] 르 귄님이........살아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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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이후 문화사에서 가장 참담한 비극을 고르자면 망할 스튜디오 지브리의 게드 전기를 고르겠습니다.

원작을 완전히 망쳐버린 이 애니메이션은 스튜디오 지브리의 명성에도 먹칠을 한 흑역사죠. 그리고 무엇보다, 이걸 실패했기 때문에 어슐러 르 귄의 작품세계가 영상화되는 일이 매우 어려워졌습니다.

아마 PC진영의 '남 세계관에다가 덧칠하기'는 그 탓이 아닐까 합니다.


PC라는 운동은 물론 의미가 있습니다. 다만 문화적으로 뭔가 독창적인 걸 내놓지 못하고 2차창작 팬픽질이나 하는 게 문제죠.

인류의 진보를 위해 그 사상만은 독려할 만하지 않느냐고 옹호할 사람도 있지만, 정작 그 사상이라는 게 어슐러 르 귄이 이미 전부 정립해둔 걸 어설프게 파쿠리했다는 점이 정말 구제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PC에 대해 뭘 가르치겠답시고 남의 세계관 망치는 여러 영상 제작자(특히 저주받았고 저주받으며 저주받을 캐슬린 케네디)들에게는 아무런 문화적 가치가 없습니다. 왜냐면 그딴 잡탕을 보느니 어슐러 르 귄의 소설을 보는 게 훨씬 낫거든요.

르 귄은 '가르칠' 필요 없이 우리를 '깨우칩'니다. 남에게 기대지 않고 스스로 대성했지요.


애콜라이트 3화는 과거편입니다. 과거 회상 에피소드인 만큼 여러 가지 답이 나오고 또 그만큼의 질문이 나옵니다.

메이와 오샤는 동성커플인 어머니들 슬하에서 자랐습니다. 뭔가 미국식 소규모 컬트에서 차세대의 구세주 혹은 교단 계승자로서 태어나고 자라난 느낌이죠.

어머니들이라고 했지만 지나가는 대사에서 보기로는 한쪽 어머니는 '낳았고' 다른쪽 어머니는 '창조했'습니다. 대강 교주가 클론기술을 사용해 자신의 아이들을 만들었고 자신의 연인에게 대리모 역할을 시킨 것 같은데, 스타워즈 세계에서도 IPS 세포는 없었나 보군요.

어쨌든 SF물에서 이 정도는 별로 대단한 소재도 아니긴 합니다. 클론이건 동성커플이건 그딴 게 뭐 중요해. 당장 현실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하지 않습니까.


중요한 건 얘들이 나이트시스터즈라는 거겠죠.


클론전쟁에서 등장한 나이트시스터즈는, 다른 거 다 집어치우고 포스 센서티브를 만들 수 있습니다.

다쏘미르 행성의 포스를 사용해서 어쩌고 하는데 그건 클론전쟁 시기에나 가능해진 모양입니다. 애콜라이트에서는 수십 명이 몸짓과 의식을 이용해 감정을 고양시켜 정신을 집중하여 한 사람에게 포스를 집중시켜 포스를 행사할 수 있게 하는 듯합니다. 그 증거가 얼굴에 문신처럼 나타나는 소용돌이 문양이고.

뭐......이론적으로는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포스 센서티브는 그저 미디클로리언의 수가 많을 뿐인 사람입니다. 포스에 '민감한' 사람이죠. 민감하지 않은 사람도 테라스 카시 등을 통해 포스를 제한적으로 '유도'할 수는 있습니다. 훈련을 통해 자신의 미디클로리언을 통제해 포스를 '넘기는' 일은 가능합니다. 손실율이 엄청나겠지만 수십 명이 한다면 손실율을 커버할 수 있겠죠.

레전드 설정 중 다스 베인의 후계자인 다스 잰나도 어릴 적에는 자기가 좋아하는 친척이 포스를 사용하는 것처럼 보이게 할 수 있었습니다. 강한 포스 센서티브는 혼자서도 할 수 있었다는 거죠.

문제는 이 나이트시스터즈의 교리가.........


........스타워즈의 포스관과 유사한 것이 있다면 저는 어스시 연대기의 마법을 꼽겠습니다.

특히 무엇보다 '마법은 되도록 쓰지 않는 것이 좋다'는 그 부분이 참 좋아요. 그렇죠, 사실 포스를 이용해 뭔가 하는 것 자체가 포스의 평정을 해치는 일이거든요.

다만 저는 어스시 연대기의 설정 정합성에는 그리 높은 점수를 주지 않습니다. 어둡고 사악한 것처럼 느껴졌던 힘이 사실은 전수되지 않았을 뿐 또다른 위대하고 훌륭한 힘이었다는 설정변경이죠.

르 귄의 생각이 초기작 이후 바뀌었던 것이겠지만, 어쨌든 그 전환이 그리 자연스럽지는 않습니다. 물론 말은 돼요. 말이 된다는 게 르 귄이 위대한 작가라는 증거이기도 하고.

그래도 저는, 힘이 그저 힘일 뿐이라고 넘기기에는 어둠의 힘을 쓰던 마법사들이 이기적이고 사악한 행동을 보이는 타락한 자들이었다는 점을 짚고 싶습니다.

대개의 르 귄 파쿠리들은 그 부분을 경시하고 넘기지만 말이죠.


예, 나이트시스터즈의 교리가 그렇습니다.

아무리 봐도 '어둠의 힘'을 쓰는 이 컬트는, 나름대로 자기들의 철학을 얘기하며 누구도 포스를 혼자서 어찌하려 해선 안 된다고 말하지만.......그렇다면 컬트의 교주인 대모께서는 왜 남들의 포스를 받아서 자신이 사용하는 건지?

제다이의 오류를 논할 뿐인 다크사이드 컬트, 이건 이미 어스시 연대기에서 로크 섬 마법사들의 학문을 뒤집어엎는 세계의 진실 운운하는 식으로 나왔어요. 무엇보다 라이트사이드는 포스의 균형 그 자체를 말하는 거지 어떤 한 극단을 말하는 게 결코 아닙니다. 이건 정말 조지 루카스가 이름과 설정의 괴리를 너무 심하게 만든 점인데, '라이트'와 '다크'라는 그 이름 하나 때문에 라이트사이드인 제다이가 오히려 너무 극단적이라 어쩌고 저쩌고 하는 뇌내설정들이 너무 난무한단 말이죠. 인간들이 이원론적 세계관을 얼마나 좋아하는 건지.......

혼자서 포스를 어찌하려 해선 안 된다는 교리라면, 논리적으로 포스 센서티브들이 다른 이들에게 '포스를 나눠주는' 식으로 가야 맞죠. 왜 여럿이 자신의 포스를 한 사람에게 집중하는 겁니까.


어떤 의미에서는 이것이야말로 왜 다크사이드를 경계해야 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모순이라 하겠습니다.

애콜라이트에서 공개된 나이트시스터즈의 의식은, 일종의 엑스터시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다크사이드입니다. 포스를 평정심이 아니라 고양된 감정을 통해 움직이니까요. 다만 그거 자체는 좀.......마녀스럽기는 한데 선악을 논할 이유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런 식으로 서로를 포스 안에서 이어주거나 포스 센서티브가 다른 이들에게 포스를 나눠주는 식이 아니라 한 사람에게 압도적인 힘을 몰아준다는 점이 다크사이드의 기본적인 방향성을 보여줍니다.

히피스러운 컬트라서 별로 나빠보이지 않을 뿐이지, 저걸 한 행성..........아니 은하계 전체로 한다면 어떻겠습니까. 어떤 의미에선 그게 바로 다스 시디어스의 목적이었지요. 홀로 공화국의 모든 포스를 움직이는 절대적인 힘(언리미티드 빠와).


뭐 그 외에도 짚어보자면 클론이니, 배아조작이니 하는 게 암시되는 걸 보면 애콜라이트의 주인공 쌍둥이를 통해 이 기술-혹은 개념만?-이 나중에 시스에게 흘러들어가.........프리퀄이 시작되는 걸 수도 있겠습니다.

.......생각해보니 잘 죽었네 이것들.


어쨌든, IP를 사서 PC깽판을 놓느니 얌전하게 헤인 연작이나 어스시 연대기 영상화를 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영상화를 하면서 좀 더 배울 수도 있을 거고.

솔직히 남들 가르친다는 태도로 창작하는 것의 문제점은 교학상장의 원리를 무시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가르치면서 자신도 배우는 무언가가 없다? 그건 가르침 자체가 잘못된 겁니다.

PC진영은 아직 르 귄을 넘어서지 못했고, 르 귄을 따르며 배워야 합니다. 설익은 생각으로 남들한테 무작정 사상을 주입하려 덤비는 게 아니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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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1

스쳐지나가는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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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든 초식주의자든 환경주의자든 가르치는게 아니라 이해시키고 설득해서 감화시켜야 된다고 봅니다. 그 외는 그냥 폭력일뿐이라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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