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물] 이번 달 읽은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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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읽은 책이 30권을 찍었지만 계속 책을 사는 저는 어떻게 하면 될까요.
빨리 쓸모없는 독서-행위를 그만두고 셋-푸쿠라도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요즘입니다.
하지만 이타이 이타이 할 것 같으니 관두고 리뷰나 적겠습니다. 이번에는 비문학이 꽤 됩니다.
1. 약속된 장소에서 - 무라카미 하루키
옴진리교라고 아시나요? 90년대에 일본 지하철에서 사린 테러를 일으켰던 사이비 단체인데, 여러모로 흥미로운 곳이죠. 당연히 누군가가 르포로 적었습니다. 두 번이나요. 그것도 무라카미 하루키가. 1권인 '언더그라운드' 들은 피해자들은, 2권인 본 '약속된 장소에서' 에서는 옴진리교 당사자들을 인터뷰하여 적었답니다. 물론 최상위 라인까지는 못 갔고, 일반 신도들만 인터뷰했지만요.
무라카미 하루키가 적었다보니 글 하나 아주 기막히게 술술 넘어갑니다. 페이지터너로는 정상급인 인간 아닐까. 그 대신 모든 인간이 무라카미 하루키스럽게 말한다는 정도가 단점이기는 합니다. 스베톨라나 알렉시예비치는 못 되는 사람인가봐요. 사린사건을 일으킨 '당사자' 가 없다는 점은 아쉽습니다만, 읽을만 합니다.
2. 모자 - 토마스 베른하르트
커트 코베인의 낙서장 같은 단편이 들어있습니다. 진짜 낙서장 같다는 게 아니고, 그만큼 우울하고 정신병적이라는 의미에서. 죽음을 유예하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정신병자의 고통을 겪고 싶다면 추천합니다.
3. 제로에서 시작하는 자본론 - 사이토 고헤이
빨갑니다. 뭐 빨간 건 괜찮습니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제목을 조금 바꿔야 되지 않나. 자본론을 인용한 현대 일본 디스하기 뭐 그런 느낌으로. 대중 입문서로는 괜찮다고 봅니다. 일본이 존나 싫으면 이것도...볼 만 할까요? 일본도 살기 겁나 팍팍하구나~ 하는 사실 정도는 알 수 있습니다.
4. 나의 사유 재산 - 메리 루플
산문집입니다.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요. 우유체로 적힌 산문 중에서는 굉장히 산뜻하게 넘어갑니다. 폐경 직전에 다다른 여성이 겪는 불안을 담은 산문집으로 봐도 괜찮고, 우유체를 탐닉해도 괜찮고.
5. 투쟁 영역의 확장 - 미셸 우옐백.
중학생 때 정신과 상담을 받다가 담당의한테 섹스를 하고 싶다고 애원하는 단편을 적은 적이 있습니다. 그게 그대로, 근데 더 훌륭한 형태로 작중에서 나와서 깜짝 놀랐습니다.
제목인 "투쟁영역의 확장" 은 흔히 디시에서 좋아할 법한 주장을 의미합니다. 현대 사회는 너무 발전한 나머지 투쟁영역의 확장이 일어나, 이른바 '섹스의 불균형' 이 일어났다고. 뭔 소리인가 싶지만 책을 읽다보면 설득됩니다. 저는 추천합니다. 워낙 얇기도 하고. 단지 극단성이 내재되어있는 책이기 때문에 읽을 때 주의를 요합니다. 뭣보다 요즘 한국 문학이 놓치고 있는 어떠한 부분을 꼬집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에 더더욱.
6. 글쓰기 사다리의 세 칸 - 알랭 식수
토마스 베른하르트, 프란츠 카프카, 클라리시 리스펙토르 등을 언급하며 글쓰기에 관해 논하는 책입니다. 저자의 성향이 페미니즘 적이라서 해당 서술도 들어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 부분은 조금 마음에 안 들었습니다. 정신분석학을 별로 안 좋아해서도 있고... 왜 이리 유럽 사람들은 '투쟁' 이라는 키워드를 좋아하는 지 모르겠습니다. 투쟁이 싫은 사람도 있다고. 나나 우리 엄마처럼. 그냥 온건한 변화를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거지.
그 외로 글빨 하나는 좋습니다. 추천은... 모르겠네요. 저 작가 다 읽으셨으면 읽어보세요. 그 외에는 안 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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