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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물_네타] [트랜스포머 ONE] 성실한 광부에서 사나운 파괴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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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보기는 추석연휴에 봤는데, 뭐라고 쓸지 생각을 정리하다가 이제야 올리네요.


옵티머스 프라임메가트론.


미래에 철천지 원수가 되는 사이라는 걸 감안하면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둘은 사이 좋은 단짝입니다.

한쪽은 맨날 무모하게 앞뒤 계획 없이 일단 들이받고 보는 사고뭉치고, 다른 한쪽은 질서를 준수하며 그런 사고뭉치에게 말려들어서 항상 고생만 하는 포지션이죠.


미래의 점잖은 옵티머스와 사나운 메가트론의 모습을 생각하면 의외롭게도 사고뭉치는 옵티머스, 질서를 어기지 않는 모범생은 메가트론입니다.

이 당시에는 오라이온 팩스D-16이었죠.


둘은 광부입니다.


트랜스포머의 음식인 에너존을 파내는 광부요.

불과 50사이클(아마 지구의 년에 해당하는 단위겠죠) 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직업입니다.


본래 에너존이란 건 일부러 지하를 파헤쳐가며 어렵게 손에 넣어야 하는 물질이 아니었습니다.

그들 종족의 창조주 프라이머스가 하사한 보물 <리더십의 매트릭스>가 가진 권능 덕에 강물처럼 흐르는 풍부한 자원이었죠.


광부는 힘들고 위험합니다. 실제로 재즈라는 캐릭터는 갱도가 무너져서 파묻혀 죽을 뻔했죠. D-16과 오라이온이 다리를 깔아뭉갠 바위를 제때 치워주지 않았더라면 정말로 죽었을 거예요.


위험하고, 더럽고, 힘든 만큼 광부는 하층민들의 일입니다.

하층민이란? 바로 변신을 위한 장치인 코그가 없는 채로 태어난 하찮은 트랜스포머들이죠.


오라이온은 이런 자신의 처지를 얌전히 받아들일 맘이 없습니다. 변신도 못하는 주제에 자신들에게 그 이상의 능력이 있음을 증명하고 싶어 안달이 났지요.

그걸 위해 전투기나 레이싱카로 변신하는 트랜스포머들이 출전하는 경주에 난입하기도 합니다.

D-16은 그런 오라이온의 (무모하고 성과가 없는) 시도를 도와주고, 말려들고, 그러다 오라이온이 위기에 빠질 때마다 구해주는 등, 헌신적인 우정을 보여주죠.


D-16이 결코 좋다고 할 수 없는 광부의 처지면서도 그에 순응하며, 오라이온에게 자꾸 질서를 어지럽히지 말라고 충고하는 이유는 명백합니다.


결국 이 모든 고생은 일시적이라는 믿음이지요.


<리더십의 매트릭스>는 프라이머스가 최초로 창조한 트랜스포머인 13인의 프라임들이 관리하고 있었는데, 이들이 그들의 고향별 사이버트론을 침략하러 온 외계종족 <쿠인테슨>과의 전쟁에서 모두 전사하면서 <리더십의 매트릭스>가 실종되어서 광부라는 직업이 생겨났습니다.


바꿔 말해 잃어버린 <리더십의 매트릭스>를 찾기만 하면 다시 에너존이 강물처럼 흐르고 광부들이 고생할 이유도 없어지는 거지요.


"센티널 프라임을 믿지 않는 거야?"


센티널 프라임!

13인의 프라임들 중 유일한 생존자!

쿠인테슨과의 전쟁 이후, 너무 위험해진 지상을 피해 트랜스포머들은 지하도시 아이아콘에서 살아가고 있었는데, 주기적으로 지상에 올라가 <리더십의 매트릭스>를 탐색하다가 돌아오길 반복하고 있는 트랜스포머 종족의 영웅!


그리고 이 질서를 준수하고, 성실하며, 우정의 이름으로 친구에게 헌신적인 트랜스포머는 그 믿음을 배신당합니다.


우연히 발견한 녹음기록을 통해 최초의 프라임들이 마지막으로 전투를 벌인 장소를 알게 된 겁니다.


"혹시라도 우리가 거기서 <리더십의 매트릭스>를 발견하기라도 하면 센티널이 얼마나 칭찬해주겠어?"


친구의 달콤한 속삭임에 이끌려 발걸음을 옮긴 그 장소에서 13인의 프라임 중 한 명인 알파 트라이온을 만나 진실을 듣게 됩니다.



"센티널은 우리 프라임들의 필두보좌관이었어."


"센티널이 프라임이 아니었다구!??"



"코그를 가지고 태어나지 않는 트랜스포머는 없다."


"센티널이 우리가 태어나자마자 코그를 빼앗은 거였다구!??"



"센티널은 쿠인테슨과 손을 잡은 우리 종족의 배신자다."


"그럴 리 없어! (그러다가 언덕 너머에서 쿠인테슨 앞에 무릎 꿇는 센티널을 목격함.)"



알파 트라이온은 오라이온 일행을 우리 종족의 마지막 희망이라 부르며, 프라임들의 코그를 주며 외칩니다.


"트랜스포머를 규정하는 것은 가슴의 코그가 아니라, 그 내면에 자리한 세상을 바꾸는 의지의 불꽃인 스파크다!"


알파 트라이온의 말이 가슴을 울렸는지 그는 이제 가슴이 시키는 대로 행동하죠.


오라이온: 우리가 센티널을 막을 거야.


D-16: 아니! 죽여버릴 거야!


오라이온: (어? 얘가 왜 이러지? 이럴 애가 아닌데?)


아마 D-16의 분노에는 센티널이 트랜스포머 종족의 권력을 휘어잡은 대가로 쿠인테슨에게 바치던 것이, 자신을 포함한 광부들이 힘겹게 캐낸 에너존이었다는 사실도 크게 작용했을 듯 싶습니다.

그리고 그 분노의 대상에는 트랜스포머 종족을 이끄는 위대한 존재라고 믿었건만, 배신 좀 당했다고 쿠인테슨에게 전멸당한 프라임들의 나약함도 포함돼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말을 하는 걸 보면 말이죠.


"이제 프라임의 시대는 끝났어!"


본래 프라임들의 친위대였다가 지금은 배신자 센티널에 대항하는 게릴라가 돼 버린 하이가드들에게도 하고 싶은 말 다 하죠.


"(하이가드의 리더 스타스크림과 그 오른팔과 왼팔격인 쇼크웨이브와 사운드웨이브를 향해) 귀찮게 좀 깔짝거리다가 이 추레한 곳으로 도망쳐서 숨어가지고 오늘도 이겼다고 자화자찬하길 반복하는 떨거지들 같으니!"


이런저런 과정을 거쳐 센티널의 추악한 민낯을 대중에게 알리는데 성공하고, 싸움에서도 이겨 퓨전캐논으로 센티널에게 최후의 일격을 가하려던 순간!


"안돼!"


친구의 폭주를 막고 싶었던 오라이온이 끼어들다가 퓨전 캐논에 맞아버렸습니다!

상체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채 낭떠러지 밑으로 떨어지려는 오라이온을 반사적으로 붙잡는 D-16!

당연히 D-16은 붙잡죠. 친구니까요!


"더이상 널 구해주지 않을 거야."


그리고 노란색이었던 안광이 붉은색으로 변하는 것과 동시에, 메가트론은 그 손을 놓아버렸습니다.


최고의 트랜스포머 영화예요!

제가 최후의 기사와 비스트의 서막은 안 봤지만, 감히 단언할 수 있습니다!

이 영화가 넘버원이에요!


1시간 40분 동안 친구라기보다 의형제에 가까웠던 두 사람이 적이 되는 과정, 성실한 광부가 분노로 가득찬 파괴자로 변모하는 과정, 메가트론을 추종하는 세력이 생겨나 디셉티콘이 탄생하는 과정.

그 모두를 보여주는데 성공했어요!


이 리뷰글에 스포가 있긴 하지만 제 글을 읽고 이 영화 다본 거나 마찬가지라고 속단하지는 마세요.

제가 모든 걸 적지는 않았으니까요. 당장 엘리타와 범블비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안 했잖아요?


모두 극장으로 가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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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8-07 19:50:28 (6889일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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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6

백수하마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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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센티널이 한 광부를 폭군으로 타락시키는 원흉이 되었군요.

슈이네스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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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이 강할수록 배신당했을 때의 충격이 큰 법이죠

네자드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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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어제 보고 감탄했습니다. 충격적이라고도 할 수 있었던 트랜스포머 시리즈 첫번째 영화 이후,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영화 시리즈는 이어지면서 계속 보다가도 영 아니다 싶은 영화가 대부분이다 보니, 보고싶은 마음도 흥미도 사라질 지경이었는데 이 영화가 정말 훌륭했습니다.

사전 정보를 찾지 않은 탓도 있었기에, 오라이온 팩스와 D-16이 처음 등장했을 땐 그냥 그런가보다 싶었지요.

…엑?! 오라이온 색깔이 옵티머스 비슷하단 생각은 했었는데, 옵티머스랑 메가트론 본인들이었어?! 라는 생각은 메가트로누스 스티커가 등장하면서 비로소 들었지요….

DawnTreader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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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오늘 오전에 가서 보고 왔습니다. 다 보고나니 확실히 수작이라는 것을 느끼겠더군요. 헌데 살짝 아쉬운 점은 둘이 광부라는 점이 살짝 아쉽더군요. 광부를 하다가 우리가 잘 아는 각각 검투사와 사서가 되었다는 전개도 좋았을 것이란 생각도 조금 들었습니다.

디아몬드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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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1시간 40분으로는 무리죠.????

DawnTreader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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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그냥 제 사견이자 희망사항일 뿐입니다.이모티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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