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물_네타] [이미지] 레갈리아 The Three Sacred Stars : 추억의 명작을 마주하며.JPG

본문
한 편의 이야기를 진정으로 즐기기 시작하려면 어떤 내용물이 필요할까요.
어려운 질문입니다. 수많은 취향 중에서 어느 포인트라도 꿰뚫는데 성공하면 합격하는 법이니까요.
하물며 TV애니와 같은 서브컬쳐 부류의 스토리는 주역이 기본적으로 특별한 존재들입니다.
현실의 우리들과는 평생 인연이 없을 존재가 대부분이고, 자칭 평범한 자들조차 대부분은 기만자지요.
레갈리아 The Three Sacred Stars는 그런 의미에서는 아주 비현실적인 세계 그 자체입니다.
주인공은 어린 나이에 즉위한 여고생 황제이며, 동거하는 합법로리 언니의 정체가 사실 수천살 먹은
캐널 볼피드 같은 존재라든가, 1만년 만에 부활한 대마왕과 맞서 전인류를 구하는 싸움에 휘말린다든가 하니까요.
어지간한 고대 영웅담 따위 리얼리즘과 고증에 쩔어든 스토리 취급할 판타스틱한 용사물입니다.
그러나 레갈리아는 이 모든 '우월한' 요소들이 자칫 자아낼 수 있을 위화감을
역으로 찍어누를 정도의 공감을 시작부터 자연스럽게 엮어나가며 없애버립니다.
수많은 동경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아름답고 고귀한 여황의 지위에 있더라도
유린시엘 아스테리아는 시청자와 동떨어진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그녀와 그녀를 둘러싼 소중한 사람들에게 실재하는 인간의 고뇌와 실패를 끊임없이 집어넣어
단순한 히어로 낭만극에 안주하지 않고 누구나 느끼는 일상 속 씁쓸한 감각과 작은 감사와 행복을
오가게 만들지요. 그런 방법을 동원하여 우회적으로 변신 히어로도 로리바바도 없는 현실 사람들
역시 저처럼 아름다울 수 있다고 노래합니다.
뭐, 사실 저 여황이란 것부터가 배경이 21세기삘 나는 현대 입헌군주제 국가인지라
어린 나이에 즉위하여 10년차 황제지만, 말이 좋아서 여황이고 육해공을 통솔하는 대원수지,
일은 수상과 의원들이 다 알아서 하고, 여황은 각종 행사에 얼굴 비춰주는 것만으로 너무 바빠서
고등학교도 일주일에 한두번 나가는 신세니, 디즈니랜드 인기 마스코트 인형탈과
다를 게 없는 유사 S급 연예인일 뿐이라 미소를 짓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정치인이 국민을 사랑한다 어쩐다 연설하면 아무리 좋은 스토리라도 뭔가 위선자삘나지만,
유치원생 시절부터 주변 어른들에게 듬뿍 사랑받아 온 소녀가 친구와 선생님의 기대에
호응하려고 필사적으로 발버둥친다든가, 국민(자신을 믿어주는 동네 아줌마 아저씨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한다든가 하면 위선이고 뭐고 쥐뿔도 느껴지지 않죠.
그렇게 초반에 이런저런 이야기로 쌓아올린 주인공의 좀 어설프게 푸근하고 친숙한
이미지는 후반에 펼쳐지는 그녀의 인간적인 스토리에 몰입하는데 큰 도움을 줍니다.
여황님이 무슨 고민을 하고 무슨 말을 하든 자연히 진정성이 느껴지는 거지요.
다만 이것도 엔딩 시점에서는 좀 달라질지도 모르겠군요.
유이님이 어딘가의 우주 여황 라크스 같은 포지션은 아닙니다만,
엔딩까지 저지른 일만으로도 이제 평범한 입헌군주제 황제로 살기 힘들어 보여요.
당장 빅토리아 여왕이나 엘리자베스 2세가 한 100년 정도 전혀 늙지 않고
평생 스무살 모드로 살면서 가끔 아파트만한 히어로로 변신해서 영국 국민을 구출하고
전세계를 위기로 몰아넣은 대마왕을 쓰러뜨린다면 대체 국민 여론이 어찌되겠습니까.
암묵적인 왕실의 권위로 정치적 영향력을 가지는 정도 따위가 아니라,
입헌군주제의 본질적인 부분까지 뒤흔들릴 겁니다.
헌법이 갈아치워지겠네요.
물론 우리 착한 유이짱은 그럴 아이가 아니긴 합니다만...
귀엽던 유이 짱의 성장과정을 보면 로리바바의 비애가 느껴집니다.
항상 언니 손 꼭잡고 이것저것 보살펴 줘야 하던 울보 꼬맹이가
슬슬 언니 키를 넘기 시작하더니...
언니보다 한참 큰 여황님이 되어버립니다~~
여황님이 빨리 크는 게 아니라, 언니가 이터널 로리바바라 문제인 거지만요~
최종전은 약간 뻔한 이야기 같기도 했지만, 오히려 그게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영화나 드라마의 결말이 지나치게 아름답게 미화되거나 주인공이 너무 올바른 이야기만 하면
오히려 반발감이 드니까요.
평범한 사람들도 충분히 도달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의 싸움이 좋은 거지요.
다만 최종보스 악당은 좀 불쌍하긴 했습니다.
주인공부터 시종일관 이렇게 분위기 내는 백합 훈훈한 우정 세계관에서
'아저씨 혹시 친구가 없으니까 그런 심한 짓을 하는 건가요?' 소리 듣고
열등감에 뚜껑열려 폭발하는 광경은 보기 안쓰러울 정도였지요.
첫 화부터 중후반까진 시종일관 여유롭게 실실 웃으며
주인공과 잉그리드 공주를 완전히 손바닥 위에서 농락할 정도로 포스 쩌는 흑막이었고,
어떤 상황에서도 절대 궁지에 몰리지 않는 세계관 최강자의 위엄을 뽐내고 있었는데...
최종전에선 1만년 넘게 찾던 엄마(?)까지 여황님 편을 들어서 자기를 두들겨 패니,
로오나에게 모가지 잡힌 슬레이어즈 피브리조가 생각날 정도로 불쌍하게 탈탈 털립니다.
아, 화내는 얼굴도 잘생겼네요. 저 얼굴로 친구가 없다니...
세계관이 백합이라서 암컷타락을 해야 친구가 생길 거 같습니다
심지어 피브리조와는 달리, 얘가 전세계 인류를 소멸시킨 이유는
인류를 너무 좋아해서 죽어 사라지는 것을 용납하지 못한 거니 말이지요. 인류악
- 너희들은 결국 반드시 죽어버리잖아! 죽으면 아무 의미도 없다고!
- 내 장난감이 되면 그런 것, 신경 쓰지 않고 영원히 존재할 수 있는데 어째서!
허세나 거짓말, 기만도 아니고 그냥 1만년 묵은 할배(쇼타)의 진심입니다.
여자애고 남자애고 할배고 할매고 안 가리고 평등하게 영혼을 수집하는 양반...
인류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영원히 함께 있고 싶었을 뿐인 애새끼 양반...
그런 짓 하면 칼데아가 쳐들어와서 세계를 삭제하고 카드에 박제해버린다고
무지하게 유능한 양반이라 장르가 백합 여자아이의 우정을 중시하는 장르만 아니었으면
하렘을 차리거나 여황님과 썸타고 인류 기술 발전에 도움을 주었을 인재인데,
그런 미래는 오지 않았습니다...ㅠㅠㅠㅠ
아무튼 추억의 명작입니다. 오프닝도 참 마음에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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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6
제안슈바리어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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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XQ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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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참님의 댓글
겟타선 한 사발 드셔야죠(어이)
psyche님의 댓글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