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들리 스콧 감독은 거장입니다. 이를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글래디에이터 시리즈에 한정하면, 퇴보했다고 생각합니다.

원래 1편도 고증 같은 건 별로 신경쓰지 않고 검투경기의 액션과 장대한 로마 건축물 등 '보는 맛'에 집중한 영화였지요.

그리고 그 보는 맛에 한정한다면 2편이 나빠진 건 아닙니다. 오히려 더 좋아졌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또한 덴젤 워싱턴의 연기가 훌륭했습니다. 악역이 잘 받쳐줘야 극이 사는 건 만고불변의 법칙이죠.

그런데 그 외엔 모든 것이 이상해.

대사와 대사, 장면과 장면, 사건과 사건의 이음새가 엉성합니다.

시나리오를 나사빠지게 한 건지 편집을 어설프게 한 건지 알기 어렵네요.

아니 어쩌면 영어 원어민들만 느낄 수 있는 암시와 은유가 있고, 또 배경지식이 있어야 알아차릴 수 있는 요소가 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적어도 군인황제 시대에 대해 별 지식이 없고 한국어 네이티브인 제가 보기엔 영화의 짜임새가 엉성했습니다.

1편은 그래도 하나의 잘 짜인 이야기였고 완결성도 높았습니다.

그러나 2편은....드라마와 스토리에 대해 신경쓰지 않고 비주얼만 보는 분에게만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