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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물_네타] [스포주의/파도의 포말] 깔끔했지만, 씁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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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의 포말'은 네이버에서 연재되었던 로맨스 판타지 웹툰입니다.


이 작품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이 작품의 세계관은 크게 남부와 북부로 갈라져 있다.


2. 남부와 북부는 언제 전쟁이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관계가 매우 험악하다.


3. 여주는 북부 출신이며, 남부 출신인 전 약혼자와 결혼을 약속한 사이였다.


4. 하지만, 전 약혼자가 여주를 죽여버렸고, 이후 북부에서 난 화재를 계기로 남부와 북부는 전쟁이 벌어지게 되었다.


5. 이후 여주는 모종의 이유로 환생하게 되었지만,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전생의 자신은 전쟁을 일으킨 마녀라는 억울한 누명이 씌워졌고, 전생의 자신을 죽인 전 약혼자는 영웅으로 떠받들어지는 비참한 현실을 보게 된다.


6. 전 약혼자에게 죽었다는 것에 큰 상처를 입은 여주였지만, 남주를 만나 이 상처를 극복하고 환생한 두 번째 인생을 살아가도록 노력하는 게 이 작품의 주된 내용이다.


보통 로맨스 판타지 웹툰들은 대부분 원작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원작이 없는 오리지널 작품이라는 게 특징입니다.


그래서인지 기존 로맨스 판타지에서 보여주는 전개들이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귀족 출신 남주와 만나는 전개, 사교계에 데뷔하는 전개, 정치 싸움으로 빌런들을 궁지에 몰아넣는 전개, 모든 싸움을 끝내고 여주가 왕비가 되거나, 혹은 귀부인이 되는 전개 등 로맨스 판타지하면 빠지지 않고 나오는 전개들이 이 작품에서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작품 전개에서 가장 중요한 떡밥인 왜 여주가 죽어야만 했는지, 왜 여주가 억울한 누명을 썼어야 했는지, 왜 전 약혼자가 여주를 죽였는지 등은 밝혀지지만, 이를 여주가 적극적으로 밝히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주로 환생한 두 번째 인생을 잘 살아보려고 노력하는 것에만 집중되어 있죠. 그래서인지 귀족 출신 남주와 맺어지는 일은 나오지 않습니다.


오히려 맺어지는 남주는 평민입니다. 그렇기 때문인지 기존 로맨스 판타지에서 보여줬던 전개들은 나오지 않으며, 남주와 같이 평민으로 살아가는 결말로 끝을 맞이합니다. 너무 짧게 끝나서 놀랐지만, 불필요한 전개들이 없는 깔끔한 결말을 맞이해서 보기 좋았습니다.


하지만, 답답한 요소는 있습니다.


그건 바로 전 약혼자에 대한 것.


사실 전 약혼자도 피해자였다는 게 밝혀집니다. 원래 여주를 죽일 마음이 없었는데, 만악의 근원인 전 약혼자의 아비랑 가문에 의해 자신의 손으로 여주를 죽이고 만 거죠. 이 사건에는 남주 역시 얽혀 있습니다. 여주를 죽일 때 사용한 독약을 남주가 만들었으니까요.


어찌 보면 전 약혼자도, 남주도 다 글러먹은 놈들이라고 볼 수 있지만, 저는 남주가 그나마 낫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남주는 제대로 후회하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죠. 여주를 죽게 만들었다는 죄책감에 시달려 자살하려고 했다는 사실도 밝혀지면서 정상 참작(?)은 가능하다고 봤습니다.


하지만, 전 약혼자는 정상 참작이 불가능하다고 여겼습니다. 이유가 어찌되었든 간에 여주를 죽인 범인인 것은 사실이니까요. 무엇보다 여주를 죽였음에도 후회하는 모습은커녕 뻔뻔스러운 모습을 자주 보여 역겨움을 일으켰기에 도저히 좋게 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전 약혼자가 비참하게 죽기를 원했는데, 작가님은 이놈에게 면죄부를 주고 싶었는지 좀 답답한 전개를 보여주더군요.


그 전개란 바로 여주의 억울함을 풀 기회가 왔음에도 여주가 거부한 것. 거부한 이유가 전 약혼자를 위한 것처럼 보여서 역겨웠습니다.


물론, 여주가 전 약혼자를 용서하기 위해서 기회를 거부한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실제 여주는 전 약혼자의 사정을 알게 되었음에도 용서할 수 없다고 결심했거든요. 비록 전 약혼자와 서로 친한 사이로 지내는 결말을 맞이했지만, 결심이 흔들리지 않았다는 증거로 여주는 단 한 번도 전 약혼자에게 용서한다는 말을 꺼내지 않았습니다. 용서는 전생의 자신이 해야 할 일이지, 환생한 자신이 해야 할 일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그렇기에, 전 약혼자가 용서를 받을 기회는 영원히 오지 않는다고 볼 수 있죠.


근데, 왜 기회를 거부한 걸까? 제 생각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남부를 통치할 사람이 전 약혼자 말고는 없어서. 비록 만악의 근원들이 체포되었으나, 여전히 남부와 북부의 관계는 좋지 않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중재자가 필요한데, 그 중재자를 맡을 인물이 전 약혼자 말고는 없다. 짜증나게도 전 약혼자의 태도는 정말 역겹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남부와 북부의 관계를 중재할 수 있는 사람이 전 약혼자 말고는 없다는 게 사실이다. 평화를 위해 전 약혼자가 동분서주했다는 것 역시 사실이고.


2. 만약 여주의 억울함을 풀게 되면 여주를 죽인 전 약혼자는 당연히 처벌을 받게 되고, 남부를 통치할 사람이 사라지게 된다. 이는 간신히 평화로 향할 길이 생긴 남부와 북부가 혼란에 빠질 여지를 줄 수 있다.


3. 여주는 전생의 과거가 아닌, 환생한 현재를 살아가고 싶어한다. 더는 과거에 얽매여 있고 싶지 않고 싶어 한다. 얽매여 버리면 전 약혼자를 용서하게 될 수 있으니 포기한 게 아닌가 싶다.


...라고는 해도 억울함을 풀 기회가 있다면 푸는 게 좋지 않냐라는 생각이 듭니다. 비록 결말 부분에서는 여주의 전생에 대해서 동정심을 가진 사람들이 늘어났다고 해도, 여전히 마녀라고 욕하는 사람들이 있을 테니까요.


 개인적으로 전 약혼자는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어야 한다고 봅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과거에 저지른 죄악은 사라지지 않고, 대가를 치르게 될 뿐이며, 어떻게든 해결해도 암울한 미래만 있을 뿐이라는 식으로 끝났기를 원했습니다.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에서 과거에 저지른 죄악으로 최악의 영웅이 되었고, 평생 불구로 살아가게 되었으며, 미래도 암울한 엔데버처럼 되기를 원했죠. 저였다면 그렇게 최후를 맞이하게 썼을 겁니다.


여러모로 로맨스 판타지의 굴레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했지만, 호불호가 갈리는 요소는 있고, 결말도 씁쓸했습니다.


그래도 짧고, 깔끔하게 끝났으니 고구마 요소들을 좀 견딜 수 있다면 재밌게 보실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PS: 실은 이 작품은 초반에 보다가 하차했습니다. 여주 부모를 대하는 전 약혼자의 태도가 너무 뻔뻔스러워서 역겨웠든요. 그래서 기존에 봤던 막장+피폐+고구마+억지 해피 엔딩으로 이루어진 로맨스 판타지 중 하나에 불과하다고 단정짓고, 하차했습니다. 그랬는데, 나중에 다시 보니 제가 지금까지 본 로맨스 판타지와 크게 다르다는 걸 알게 되었죠. 그래도 보는 내내 답답할 것 같아서 최후반부만 보고, 나머지는 나무 위키를 통해 간접적으로 봤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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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17 22:34:04 (3745일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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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4

거북거북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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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일으킬 수 없어서 억지로 참았다.. 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안가는건 아니네요. 정의의 심판도 중요하지만 그 심판에 휘말릴 죄 없는 사람들이 워낙에 많으니 이 악물고 넘긴듯

백수하마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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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가장 큰 이유인 것 같습니다. 전쟁이 얼마나 큰 고통을 안겨줬는지 여주가 환생한 이후 제대로 경험했으니까요.



그래서 씁쓸한 것 같습니다. 좋게 끝난 것 같으면서도 아닌 것 같아 보이니까요.

psyche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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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저런 전개가 된 것도 이해가 가는 게, 그 애비(...) 말고는 주요인물이 다들 신기할 정도로 인성좋은 사람들만 모여있죠. 사조영웅전, 신조협려급 오해와 억까로 되돌릴 수 없는 비극이 닥쳤을뿐...이모티콘

백수하마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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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로판에서는 대부분 인성이 파탄난 쓰레기들 밖에 나오질 않는다는 걸 감안하면 진짜 놀라울 부분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전 약혼자는 도저히 좋게 볼 수가 없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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