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 페이지를 넘긴다. 걸터 앉아서, 그 다리 곁에 둔 손을 아래로 뻗어, 그것을 버팀목 삼아 방치해 두었던 책의 페이지를 한 장, 펄럭하고 넘긴다. 오늘 손에 들고 있는 것은 여태껏 몇번이고, 이제와서는 몇 번을 다시 봤는지도 모르는 마음에 드는 책이다. 전개도 결말도, 그 내용을 완전히 파악하고 있을 정도로 반복해서 읽은 책이다. 그것을 넘긴다. 읽지 않아도 내용을 아는 그것을, 펄럭 펄럭. 읽지 않고, 내용도 모르는 채 페이지를 넘긴다.「……」 희미한 숨결과 타닥타닥 하고 불규칙하게 들리는 소리만이 울려퍼지는 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