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에게 기름을 붓는 이유가 뭔지 알아? 사람들의 염원으로 불이 붙으면 더 오래 타라고 붓는거야. 그러면 왕은 그 고통을 모두 견디다면서 가장 아름답게 불타기 위해서 노력하다가 마지막의 마지막에 재가 되어 죽는거야. 아름답게 불탈수록, 더욱 고통스럽지 -20세기 스페인 소설에서 발췌사냥이라고 하면 보통 말을 타고 돌아다니거나 혹은 총을 하나 들고 숲을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니는 것을 생각한다. 그리고 어디선가 소리가 나면 그곳을 쳐다보고 잔뜩 긴장한 채로 있다가 동물이 나타나면 숨을 죽이고 총을 쏘는 거다. 그렇기에 후안은 자신의 눈앞에
흔히 노인에게는 욕망이 사라진다고 한다. 노인들은 무기력해보이고, 천천히 움직이며 세상 만사에 초탈해보인다고 한다. 그러나 노인들도 욕망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삐걱거리는 관절이, 잘 보이지 않는 눈이, 조금만 움직여도 느껴지는 피로감이 덮쳐오기에 포기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만약 노인이 활력이 넘치다 못해 뿜어져 나오는 어린아이의 몸에 들어가면 어떻게 될 것인가? 지금 후안이 그걸 보여주려고 하고 있었다.후안은 왕세손을 위해 배정된 방 곳곳을 살펴보고 있었다. 화려하다 못해 기괴할 정도로 치장된 방 곳곳은 다행히도 후안
후안은 아침에 일어나서 가끔 여기저기 쑤시던 몸이 더는 쑤시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고 잠시 고민하다. 어제 자신의 몸이 바뀐 것을 다시 한번 새삼스레 깨달았다. 그는 차라리 이 모든 순간이 꿈이길 바라면서 눈을 다시 한번 질끈 감고 일어나 거울 앞으로 향했으나, 거기에는 겨우 5살짜리 아이가 허탈한 표정으로 자신을 지켜보고 있었다. 애초에 자신의 집에는 거울 같은 게 없었으니 거울이 있다는 것 자체가 이게 꿈이 아니라는 증거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달은 후안은 침대에 털썩 앉아서 어제 일어난 일을 다시 되짚어보았다. 모두가 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