쏴아아아-회색의 구름 아래로 물이 쏟아졌다. 불이 꺼진 전등, 태양 빛 한 줄기 안 들어오는 어두운 청색의 교실이 눈에 보였다. 애들마저 떠난 자리에는 침묵만이 존재했다. 들려온 것은 리듬에 맞추어서 건물과 창문을 때리는 폭우와 가끔 들려오는 천둥소리 정도?온기도 많이 가라앉았다. 얼음처럼 차가워진 코에, 입김이 안개처럼 미약하게 나오는 것을 보면.엄지로 손에 들고 있던 스마트폰의 메신저 앱 아이콘을 눌러보았다. 5명 밖에 없는 대화 리스트 중 보였던 그녀의 이름은 어느 정도 내 마음을 안심시켰다. 아직 나를
쏟아져 내렸다. 수많은 물방울 들이. 칠흑의 구름 아래에서 쏟아져 내려오는 물들은 자비 없이 하늘을 젖히고 있었다. 이런 무자비함 속에서 우리 세 명은 달리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절벅-절벅-진흙탕을 밟아 가면서. 신고 있던 부츠에 물이 들어가 발을 따뜻하게 해주던 양말이 젖혀졌다.등과 머리를 덮은 망토와 후드 위에 모래 알갱이들이 한꺼번에 위로 쏟아지는 느낌이었다. 그 작은 알갱이들은 후드를 타고 눈을 젖혀 시야를 잠시 가리게 해주었다.콰앙!거대한 섬광이 하늘 아래로 내려왔다. 귀를 찢을 것 같
정신이 차려지면서 까칠함이 내 등 뒤로 전달되어 오고 있었다. 매트리스 특유의 푹신한 침대가 아닌, 바닥에서 느껴져 오는 딱딱함과, 그 바닥에서 굴러다니는 자갈돌들은 자는 내내 내 몸을 찌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내가 지금 뭐 하고 있지? 왜 침대가 아닌 불편한 바닥에 누워있지? 나 설마 부모님이랑 싸운 뒤 집에서 쫓겨나서 노숙자 신세 지고 있는 건가? 라는 생각이 오고 갈때즘..."라라라-"노랫소리가 들려왔다. 낯익으면서도 귀여운 소녀의 목소리가. 동시에 코로 찔러오는 쓰면서도 매운 향은 내가 무슨 한약방에 온 거냐는 생각이 들게
"저 녀석이랑 아는 사이야? 아까 전부터 너를 쳐다보네?""아 쟤?"낯선 남자애랑 한쪽 팔을 껴안고 걸어가는 모습이 보였었다. 처음에는 잘못 본 게 아닌가 했지만, 분명히 그녀였다. 낯선 남자애랑 그것도 사이좋게 팔에 끼면서 한참 동안 나를 바라보던 그녀는..."그냥 아는 친구야. 어릴 적부터 알던 지내온 사이.""아는 친구? 어릴 적?"라고, 대답하였다.나 또한 뭐라고 대답하기 전에 그녀 곁에 있던 남자애는 나를 힐끗 보더니...."거 참 XX처럼 생겨서. 정말로 아무 관계가 아니지?""XX 같은 애 맞아. 요리 말고 잘하는 거
바깥에 내리는 빗물이 계속해서 건물을 때리는 사이 나 혼자 학교 조리실에 남아서 뒷정리하고 있었다. 다른 애들은 이미 떠난 지 오래였고 아직 저녁 시간이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하늘 위에 낀 먹구름은 밖을 어둡게 해주었다."휴우..."한숨을 푹 쉰 뒤 주변을 둘러보니 어느새 나 혼자 학교에만 남은 듯했다. 나머지 애들은 벌써 집으로 가고. 선생님들도 퇴근하셨는지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고.삐리리리-"또 뭐..."지겨워 라고 작게 말하면서 전화기를 켜보니 똑같은 수신자, 같은 내용이 적혀져 있었다.-너 어디인데 이리 안 와? 오늘
달리고 또 달렸다.빗물이 로브를 때리는 소리와 함께, 달릴 때마다 다리가 빗물로 젖힌 땅을 밟는 소리가 들려온다.철퍽철퍽하면서나와 비슷하게 망토를 몸에 두른, 붉은색과 파란색의 망토에 달린 후드를 쓴 두 명의 실루엣이 앞장서 있길래 그들에게서 멀어지지 않기 위해 아까보다 좀 더 힘을 내면서 달리기 시작했다.쾅!하늘에서 떨어진 벼락이 나무 한 그루 위로 떨어졌다. 피뢰침처럼 벼락에 맞은 나무는 그대로 불탐과 동시에 쓰러졌고, 달려가고 있던 붉은색 실루엣과 나는 번개가 내려친 방향을 바라보다가 푸른색 실루엣이 빨리 오라고 외치자,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