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 소년 사카키 유우야의 아침은 빠르다. 새벽 6시, 자명종이 울기 전에 일어나 옷을 갈아입고 조깅을 하러 집을 나선다. 동경하는 아버지처럼 ‘엔터테인먼트 듀얼리스트’가 되기 위해선 신체단련이 필수고 그는 단 하루도 빼먹지 않았다. 자택에서 출발해 해가 뜨는 부둣가를 한 바퀴. 유우야는 오늘도 평소처럼 흘러갈 줄 알았다. 쓰레기를 버리는 골목길에서 떨고 있는 소녀를 발견하기 전까진….“괜찮으세요?”머리를 묶은 노란 리본은 리트리버처럼 축 쳐졌고, 더러운 몸에선 오줌과 쓰레기 냄새가 났다. 내키지 않지만 보고 내버려둘 수 없었기에
연막에서 빠져나온 세레나는 적과 함께 사라진 바렛을 찾았다.“바렛! 어디야, 대답해-!”땀이 송골송골 맺힌 이마엔 근심이 주름잡고 있었다. 연기 속에서 봤던 붉은 그림자. 아마 그것이 그토록 찾아 헤매던 퓨전 슬레이어일 것이다.“네 이놈, 퓨전 슬레이어. 비겁하게 기습을 가하다니….”미간을 찌푸린 세레나는 바렛이 사라졌던 방향으로 달려갔다.타다닥.‘바렛은 무사할까?’세레나는 달려가는 내내 불안을 떨쳐낼 수 없었다. 바렛이 강하다는 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 눈. 일순이지만 마주쳤다고 생각하는 퓨전 슬레이어의 딱정벌레 같은 두 눈
이것은 한 달 전의 기억. 가슴에 새겨진 지 얼마 안 되서 아직도 피가 나오는 상처다.“-후유미! 토치코!”애달픈 목소리, 타오르는 전경, 검은 연기. 무너진 잔해에 깔린 남자가 화재건물 속에 갇힌 두 사람을 향해 있는 힘껏 손을 뻗었다.“콜록, 여보!” “아빠!”서로를 부둥켜안은 두 사람과 눈이 마주친다. 목소리는 닿는데 왜 이 손은 닿지 않는 걸까. 남자는 신에게 기도했다. 제발 가족들을 살려달라고.“하하하! 뭐하는 거야, 가족들을 구하는 거 아니었어? 이렇게 굼뜬 와중에도 시간은 계속~ 흘러간다고. 하하하!”째깍째깍. 보란 듯
[노벨피아에 연재중인데 댓글이 없어서 여기에도 올려봅니다. 문단 띄우기 등 약간 수정을 가했습니다.]찬바람 부는 새벽. 으스스한 축시(丑時). 반파된 건물 위에 간신히 매달려있던 네온 간판이 흔들리는 제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지면으로 추락했다. 쿵! 돌 더미 위에 수직으로 세워진 간판은 맴도는 아트모스피어에 의해 묘비처럼 보였다. 파직파직, 깨진 유리관에서 점멸하는 불똥이 향을 대신해 전화(戰火)에 그을리고 상처 입은 유령도시를 위로했다.도시의 이름은 하트랜드.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이곳 엑시즈 차원에서 가장 발전했던 중심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