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균형> 만약 평소와 같은 분석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면, 그 여자는 눈앞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이 한갓 꿈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을 것이다. 더불어 그 꿈의 내용이 지극히 정상적이라는 감상을 덧붙일 여유까지 부릴 만했다. 눈앞에 보이는 것은 헐벗은 남자의 얼굴이었다. 그 밉살스러운 얼굴은 기억에 잘 박혀 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그 남자가 아닌 것 같기도 했다. 특유의 무심한 얼굴에 뚜렷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 아마 강렬한 애정일 것이다. 남자의 시선에 놓인 상대가 그 마음을 오롯이 받아들이리라. 그리고 꿈꾸
주의! 약탈애 요소가 있습니다!-----------<죽일 만큼 죽고 싶은 이 마음> 남들에게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라고 해서 반드시 감정을 모르는 사람이라고 볼 수 없다. 침착함으로 명성을 떨치며 거기에서 비롯되는 파급효과로 별명을 얻은 경악 씨가 대표적인 예시라고 할 수 있다. 이 남자를 어설프게 아는 사람은 저 사람에게 감정이라는 것이 존재하기는 할까 의문을 품기 마련이었다. 그러나 친밀한 관계에 들어서면 무표정한 낯가죽 아래에서 꿈틀거리는 감정을 읽어낼 수 있는 경지에 이르게 된다. 더불어 이 남자에게서
전편https://www.typemoon.net/write_plus/743418#c_743442--------------<왼팔이 저지른 살인 下> “아픈 걸 좋아하지는 않지만, 필요하다면 각오는 해야겠지요.” 갑자기 제3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경악 씨와 감정사는 고개를 돌렸다. 얼마 전에 자신들을 골탕 먹인 수상한 남자가 해맑게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두 사람에게 이어서 말했다. “그래도 제가 한 가지 부탁을 하자면 얼굴 말고 다른 데로 했으면 좋겠습니다.” “뭐야, 당신이 왜 또 여기에 있죠? 이번에는 이상한 사건
<위조지폐(?)의 미스터리> 30대의 형사는 남성이었다. 나른한 눈매와 닫혀 있을 때 곡선을 거의 그리지 않는 입가 때문에 그의 얼굴은 경찰서 내에서 잘 알려져 있었다. 사람들은 이 남자의 본명이 평범하여 걸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마침 그의 행동이 이런 생각에 정당성을 주었다. 눈에 띄지 않게 지내는 듯하다가도 어떤 때는 기행을 저지르며, 비굴하게 고개를 숙이는 듯하다가도 매섭게 앞을 노려보았다. 이런 점에서 이 남자의 품행은 외모보다 개성적이었다. 어느 사이에 이 형사는 동료들에게서 ‘경악 형사’ 혹은, ‘경악 씨’라고
<왼팔이 저지른 살인 上> “나한테 묻고 싶은 게 있어서 왔다는 사실을 잘 알아. 그런데 나도 궁금한 게 없지는 않아. 그런 의미에서 먼저 내 사소한 의문을 풀고 질문을 받고 싶은데.” 여자가 말을 꺼냈다. 원래부터 통통한 체격은 아니었으나 더욱 야위었고, 꽉 묶은 머리카락도 부스스한 느낌을 지우지 못했다. 그럼에도 눈빛은 또렷했다. 말투는 여유로움을 꾸미고 있었다. 형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여자는 사양하지 않고 바로 질문했다. “언제부터 우리 경악 씨가 살인사건을 수사하게 되었을까? 다른 쪽이 전문 아니었던가?” 경찰관
<숙명과 살인과 정당방위> 남을 놀라게 하면서도 본인은 늘 침착하다. 이것이 그 형사를 따라다니는 평가였다. 그래서 주변에서는 그를 경악 형사나 경악 씨라고 불렀다. 남자의 무표정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오히려 뚜렷한 감정이 그 얼굴에 맺히면 불길하다고 수군대었다. 분명 경악 형사는 감정을 지닌 인간이었다. 남을 놀라게 하는 것으로 이름을 떨쳤다고 해도 정작 자신이 놀라서 당황하는 일이 드물게 생겼다. 그리고 십중팔구 그런 일은 일반적으로 기분 좋게 받아들여질 상황이 아니었다. 그런 점에서 주변 사람들의 생각이 얼추 들어맞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