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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잡담

[잡담] [무협] 표국과 녹림이란

본문

무협지에서 표국과 녹림은 상당히 자주 부딪치는 세력입니다. 하기야 도적놈들과 보안업체가 충돌하는 건 당연한 것 같긴 합니다.
이 때 어떤 무협지에서는 표국에서 산적들을 쓸어버리고 표행을 계속하는, 표국이 참 전문가답다는 느낌이 드는 전개를 택합니다. 반면 어떤 무협지에서는 산적들이 표국을 박살내고 완전히 털어버리죠.

전자는 주로 표국이 명문정파의 휘하에 있고 산적들은 뜨내기 부평초(본래 녹림이란 이런 자들을 말했죠) 정도 되는 잡졸일 때 얘기고, 후자는 평범한 중소기업형 표국과 암중세력이 흑막으로 있는 진짜 강한 녹림도들일 때 얘기겠군요.



한편 보다 현실적으로 생각한 작가들도 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서로 싸우면 손해인데, 사람 목숨이 아무리 싸구려인 세계라지만 솔직히 그건 너무 비현실적이지 않나.

그래서 그들은 표국과 녹림이 일종의 신사협정을 맺은 것으로 표현하곤 했습니다. 요컨대 표국에서 적절한 인사를 하면 녹림도 체면을 세우는 대신 안전을 보장하는 거죠. 통행세, 자릿세 개념입니다.

다만 이건 어느 정도 중앙통제를 따르는 느낌이 있어야 하죠. 녹림의 경우 녹림맹 같은 조직이 있어야 합니다. 표국이야 느슨한 형태의 규약을 들었다 하면 되지만, 도적놈들은 아무래도 힘에 의한 통제가 필요하거든요.

제가 이런 형태를 처음 본 건 순수한 무협지가 아닌 <무적사신>이었습니다. 거기야 무림이 거대단체들에 의해 돌아가는 요상한 세계였으니까 그럴 만도 하죠.

하지만 꼭 그렇게까지는 아니라도, 표국 자체적으로 무력과 자본 그리고 명성이 충분하다면 한 표국이 표행을 하며 여기저기의 녹림채들과 적절한 인사를 하며 다닌다....는 식의 설정도 무리는 없겠죠.

사실 이런 경우는 거의 표국이 없으면 녹림에게 털린다는 얘기가 되는지라, 적대적 공생관계라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김용 무협지.

........김용 초기 작품, 연대기적으로 보면 청나라 시기를 다루는 작품들은 대개 표국을 나쁜 놈들로 묘사합니다. 뭔가 이 때 신필께서는 한족중심주의에다 수호지적인 전통을 잇고 계시는 느낌이라. 서검은구록에서도 아름답고 현숙한 유부녀로 묘사되는 여협이 도둑의 딸이라서 남의 물건을 양심의 가책 없이 훔치고, 이걸 또 아름답게 포장까지 해주신다는.......아니 딱 봐도 강도잖아.

하기야 표국은 아무래도 기득권과 가깝고, 청나라 시절 기득권이라는 건 다시 말해 만주족 앞잡이니까 한족 민족주의 시각에서 보면 악인으로 나와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표국도 심심찮게 강도질 도둑질 살인방화를 하네 뭘. 무림인이란 놈들은 다 똑같아(폭언)

뭐, 솔직히 말하면 정사흑백의 구분 따윈 저리 내던져버리고 무림인들은 그냥 다 깡패 조폭 양아치가 아닐까.....그런 피카레스크적인 시각을 가져도 현실 무협이니 리얼한 묘사라느니 띄워주는 게 무협지 판이 아닙니까(편견)

그래서 생각해본 건데........



적대적 공생관계가 아니라 그냥 일심동체면 안 되나?



뭔가 음모론적인 느낌이 없지 않은 것 같기도 합니다만..........왜 우리 그런 꼴 많이 봤잖아요. 저 옛날 총풍 사건......읍읍읍. 곧 포럼게 열릴 텐데 이 게시판에서 할 소린 아닌 것 같고.

생각해보면, 진짜 중원전토의 녹림을 통일하면 그건 거의 무림맹이라 봐야 해요. 우리는 중세유럽에서 용병단이 수틀리면 도적단으로 변신하는 걸 너무나 많이 봤습니다. 무림인이라 하는데 그 협객이란 다시 말해 청부업자 아닙니까? 가업이 따로 있어 자기 기반을 갖고 살아가는 무림의 유지들 말고, 할 줄 아는 건 칼질밖에 없으니 칼밥 먹고 살아야 하는 인간들은 대개 그레이 존에 속한단 말이죠. 정사중도라 하는데 사실 정은 거의 없고 대부분이 정사중도지 뭐. 그러니 대개의 무림인이란 사실 산적이나 진배없습니다.

오히려 녹림 72채는 일종의 용병길드가 될 수 있어요! 전국 레벨의 도적길드가 현실적인가 아니면 전국 레벨의 용병 길드가 현실적인가를 따지면 압도적으로 후자 아닙니까? 그리고 그런 건 무협지에서 보통 표국이라고 부르죠.

영업수지가 안 맞으면 나가서 여행자 쓱싹하고 털어오면 그만이라는 점에서는 어째 표국 같아보이진 않습니다만.......뭐 어때요. 산적에서 시작하는 표국생활도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애초에 도적질은 한철 장사예요. 누구나 조직이 성립하고 체계가 잡히고 제대로 굴러간다 싶으면 안정적이지 못한 도적질에서는 손을 털고 꾸준히 수입이 발생하는 길을 고르기 마련이에요. 조폭들도 그러는데 무림인이 왜 안 그러겠어요? 하물며 녹림맹을 세울 정도의 실력과 인망이 있어서 챙겨야 할 아랫것들도 많은 큰형님이라면 더더욱 그렇겠죠.



녹림=표국. 증명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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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11 11:59:16 (6162일째)
팀 통조림 게으름뱅이 편집자 아스펠입니다

댓글목록 17

아이르테르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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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대항해시대때 해군이 해적질 하는 거와 같은 거죠.

마력사슴Manadeer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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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항해시대의 영국해군(해적놈들)같은 이미지?

아이르테르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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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략은 유럽 국가들은 전부 운용했으니 딱히 영국만 있는 건 아니죠.

아스펠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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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보다는...........해적이 장사하는 느낌에 더 가깝지 않을까요.

아이르테르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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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최고의 해적은 전직 해병이니까요. 사략선의 스카웃 제일 타겟이 해군 복무자인 것을 보면....... 표사 출신 녹림이라던지 녹림 출신 표사가 제일 유능하겠죠

아스펠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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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사나 관군 출신 녹림은 금방 상상이 가는데 녹림 출신 표사...........와 이거 그냥 사파 새X 아닌가요. 아, 사파 얘기 중이었지....

항상여름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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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동네에선 표국, 원정가서 녹림.<br /><br />이런 것도 괜찮을 것 같군요.<br />

아스펠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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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괜찮기는 한데, 아무래도 녹림의 이미지란 터 잡고 그 산에서 산적질하는 느낌이라.........마적단이라면 말이 됩니다만. 사실 산채를 본거지로 할 뿐 원정이 전문이라고 하면 이것도 녹림이랄 수 있....나?

닷식스[......]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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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거면 차라리 녹림이랑 관부와 일심동체인게 더 설득력이 있어요. 아니면 사파나 녹림이 표국 개설해서 운영하는게 더 설득력 있고요.

아스펠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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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자의 경우는 가능한 것 같습니다. 본문에서 예로 든 서검은구록의 표국 놈들도 하는 짓이 사파였으니.(그러나 표국 국주가 무당파 제자였던.....)

<div><br /></div>

<div>녹림과 관부가 일심동체인건 어떻게 설득력이 있는지 모르겠군요. 역시 서검은구록 얘깁니다만, 청나라 관군이랍시고 있는 놈들이 거의 모조리 반청복명을 기치로 내세운 깡패조직인 홍화회의 회원이라는 충공깽한 경우는 나옵니다. 물론 그건 한족이 대다수인 강남 땅이었고 홍화회가 주인공 버프를 받았기 때문이니까 경우가 다르겠죠.</div>

<div>.......뭐, 전근대 중국은 도적질한다는 면에선 관부나 녹림이나 그게 그거이긴 합니다만.</div>

닷식스[......]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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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사략해적 육지=사략도적



<div><br /></div>

<div>제가 얘기한 경우는 실제 사례가 있고 또한 그런 역사가 있어서 근거로 말할겁니다.</div>

<div><br /></div>

<div>녹림=표사 할거면 제가 말한 경우를 놔두고 뭐하러 그런 수고를 해야할지 모른거죠.</div>

<div><br /></div>

<div>솔직히 녹림이라도 힘쎈 관부의 등을 업고 일하는게 났고, 아니면 차라리 표국 운영해서 주위 표국 상권을 장악해서 시장독점하는게 더 이익이 커요.</div>

아스펠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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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표국 이야기는 제가 이미 본문에서 꺼낸 거 아닙니까. 그건 굳이 말씀하실 필요는 없고.

<div>사략해적과는 케이스가 다른 것이, 사략허가증이란 '우리의 적국에는 도적질해도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배도 털어도 된다'는 건 결코 아니죠.</div>

<div>보통의 무협지는 통일 중원에서 일어나는 일이니 경우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관부의 힘을 업으면 도움이 될 거고, 녹림과 고관대작 누군가의 결탁은 꽤 그럴 듯한 소재입니다. 그러나 그건 고위 정치인과 조폭의 유착 같은 느낌인 것이지, '일심동체'라고 할 정도는 아니군요.</div>

<div>기본적으로 녹림은 산적, 즉 행정구역과는 좀 떨어진 곳에서 활동하기 마련입니다. 제대로 된 행정력이 미치지 못하므로 관부와 일심동체이기도 어렵죠. 차라리 암흑가의 사파라면 관부와 일심동체가 되기 쉽겠습니다만......</div>

서부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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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녹림,수적과 표국의 관계는 암묵적인 신사협정이라고 생각중입니다.



<div>비적유성탄같은걸 인상적으로 읽어서말이죠<br />

<div>표국을 고용안함=목숨을 잃고 물건 다털림</div>

<div>표국을 고용함=적당히 통행료좀 내고 통과함...</div>

<div>어차피 한탕하고 일접을꺼아니면 지속적으로 통행료받는쪽이 낫고...</div>

<div>서로 죽고 죽일일 없이 그럭저럭 공존하고 그러다가 통행료가 아까워서 안내겟다던가, 표물에 눈뒤집혀서 욕심부리면 피바람 몰아치고...</div>

<div><div>국가가 치안을 완벽하게 보장해주지는 않는(완벽하게 보장하면 표국도 녹림도 굶어죽으니까),&nbsp;</div>

<div>그렇지만 그렇다고 국가가 전복된 수준(마찬가지로 상행이 없어서 굶어죽음)은 아닌 세계관에서 어느정도 잘 순환되는 경제에 기생하는 도적떼...</div>

<div>빼앗는쪽도 지키는쪽도 결국 따지고보면 그놈이 그놈...</div></div></div>

<div>비슷한게 무림방파가 가게보호비받고 그러는거겟죠</div>

<div><br /></div>

<div>최근읽은무협중에서는 망향무사에서도 비슷한 설정이 나와서 무림방파고용안하고 상행하는게 녹림의 자존심에대한 도전이 되서 추살당하고 그런 전개가..</div>

으와하르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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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현실고증으로 가면야 관이라는 끝판왕을 놔둔 채 녹림이니 표국이니 하는 비정규단체들끼리 통행권 놔두고 아웅다웅하는 게 말이 안되죠. 애초에 길이라는 게 국가가 뚫고 유지하지 않으면 유지가 안 됩니다. 특히나 무협지에서 표국 vs 녹림이 자주 벌어지는 배경인 으슥한 계곡이나 절벽길, 산중 도로 같은 경우는 비 오고 눈 내리고 나무 자라면 길인지 숲인지 알 수 없게 되는 경우가 많죠. 그걸 무슨 녹림 애들이 알뜰살뜰 포장공사해 가면서 유지하는 것도 아니고....&nbsp; 몽골 같은 나라가 역참에 얼마나 신경썼는지 생각해보면 뭐.&nbsp;

<div><br /></div>

<div>어느 창작물이나 알파이자 오메가가 되는 거지만 이런 건 적절하게, 시류에 맞춰서 적절한 리얼함과 적절한 재미를 잘 섞는게 중요하겠죠. 무협지야 뭐 중국에서 국가의 영향력만 고스란히 빼고 설정하는 게 기본이긴 합니다만.&nbsp;<br />

<div><br /></div>

<div><br />

<div><br /></div></div></div>

청민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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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무협지중에 소도 이야기라고 있는데-개그 물이긴합니다- 거기도 소도라는 주인공이 '녹림왕'을 먹고나서 바로 한 장사가 표국 입니다.&nbsp;

<div>나중에는 장강수로채(해적)까지 접수해서 범위를 넓히더군요.&nbsp;</div>

<div><br /></div>

<div>그때 주인공 말&nbsp;</div>

<div>"우리는 어차피 아는길에 통행세가 없으니 좋은데다, 위협도 없고 -왜냐면 자기네가 산적이니까-, 다른 표국에서는 부수익(?!)을 얻을수 있다."</div>

<div>였던가요.</div>

Vermeer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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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표국 구성원과 녹림 구성원은 대다수가 교집합 구조가 아닌가 생각합니다.&nbsp;



<div>양자 모두 힘좀 쓸 줄 알지만 일류취급을 받을 정도는 못되는 사람들 이잖아요?</div>

<div>자연히 표국일 할 수 있을때는 표국이고 녹림일 수 있을때는 녹림이겠죠.&nbsp;</div>

psyche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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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 무협에선 천하제일인이 표국을 열기도 했죠.&nbsp;

<div>그 표국은 완전 거저먹는 꿀직업이었을 듯...<img src="/cheditor5/icons/em/em6.gif" alt="" border="0" style="width: 50px; height: 50px; margin: 1px 4px; vertical-align: middle" /></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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