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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잡담

[잡담] 하드 뒤지다가 카타나가타리 팬픽을 찾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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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정해진 시간 안에서만 흘러가는 이야기.

변하지 않고, 변하게 두지 않고, 변해서는 안 되는.



떨어질 꽃이라면 아름답게 피어, 결국엔-







"시끄럽네요. 아니, 조용한 걸까요?"



"응? 왜 그래, 누나."



"아뇨, 잠깐 잡초를."



시원스럽게 뻗어 나가는 큰 목소리보다, 잠들기 전에 들리는 조곤조곤한 수다 소리가 더 듣기 싫게 들리기도 하죠. 방금의 말소리는 그렇게 시끄러운 것도 아니었지만, 귀에 거슬렸다는 의미에서는 시끄러웠다고도 할 수 있는 걸까요.



"...여전히 누나가 하는 말은 잘 모르겠어."



다다미 위에 양반다리로 앉아, 건더기가 적은 맑은 국물을 버릇없게도 소리 내며 목으로 넘기며, 시치카는 말했습니다.



"시치카, 버릇없어. 음식을 먹을 때 소리를 내면 안 되지."



"...별로 괜찮잖아, 듣는 사람도 없고."



"뭐, 그럴지도 모르겠네. 그래도 듣기 거슬려."



탁, 제 그릇을 눈앞에 내려놓자 동생은 귀여울 정도로 튀어 오르며, 다시금 국물을 삼킬 때는 신경을 쓴 것인지 작은 소리로 - 여전히 소리가 들리는 것은 불만스럽지만 - 그릇을 비우기 시작했습니다.



겁을 줄 생각은 아니었지만, 이 누나의 말을 반항 없이 들어주는 건, 낯간지러우면서도 기쁜 일이라, 웃음이 나올 것 같았습니다. 웃지 않지만요, 얼굴 근육을 움직이는 건 지치고.



그러고 보면 큰 소리에서 작은 소리로 줄어들었지만, 이번에는 딱히 시끄럽다는 느낌이 없었네요. 어째서인 걸까요. 큰 소리보다 작은 소리가 더 시끄럽기만 한 것은 아니었을지, 아니면 단순히 국물을 마시는 소리는 큰 소리 쪽이 더 귀에 거슬리는 것일지. 잘 모르겠지만, 듣기에 편하다는 이대로가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잘 먹었습니다."

"잘 먹었습니다."



탁, 이번엔 동시에 그릇을 내려놓으면서.



먹은 양은 제법 다르지만, 먹는 데 걸리는 시간은 항상 비슷합니다. 별로 맛을 음미하면서 먹는 것은 아니지만, 그릇을 들고, 목으로 넘기는 행위를 배가 찰 때까지 반복한다는 건, 어떻게 보면 반복 노동인지라 금세 팔이 지치는 탓에, 조금씩 쉬어가며 삼키고, 위를 달래는 시간 동안 시치카는 아마도 제 세배는 되지 않을까 싶은 그 배 속을 금세 채워버리는 것이었습니다. 서로의 활동량은 세배 정도의 차이가 아니지만요.



사실은 장기도 거의 기능하지 않는단 말이죠, 이 몸은. 빨리 먹는다고 해도 다 소화시키지 못하고 위장 속에서 썩어버릴 뿐이니 소화시킬 수 있을 만큼만 먹어도 족한걸로 해두지 않으면.



"그럼, 갔다올게, 누나."



"에에, 돌아오지 않아도 된단다? 그 쪽이 여기보다는 너에게 더 잘 맞을테고."



"또 그런 소리를... 금방 끝내고 돌아올테니까, 평생 여기에서 살 것도 아니잖아? 20년이나 지났으니까, 본토에 뛰어난 의사가 있을지도 몰라. 그러면 꼭 데려올게. 병이 나으면, 이런 아무것도 없는 섬에서 살 필요는 없어지는거잖아?"




무슨 말을 하는 걸까요, 이 아이는. 아직도 그런 거나 생각하고 있을 줄이야, 여전히 포기하는 법을 모르는 아이라고 해야 할지, 포기한다고 생각하기 귀찮아하는 아이라고 해야 할지.



"...시치카, 이제 됐단다? 내 몸 같은 건 신경 쓸 필요 없이ー"



"아니, 솔직히 말해 나는 시키자키 키키의 칼이라던가, 허도류의 명예라던가 평생 관계없이 살아왔던 것들보다는 누나가 더 중요하고, 지금도 그다지 섬 밖에 나가고 싶지는 않아, 귀찮고."



기세가 꺾였습니다. 평소에는 내 말을 끊거나, 항상 한발 늦게 말을 꺼내던 아이가 드물게도 먼저 제 쪽에서 달려드니, 귀엽고 귀여운 동생이면서도 무심코 놀라버렸다 할지.



"그러니까, 빨리 일을 끝내고, 토가메는 대단한 사람인 모양이니까 의사를 찾아서 다시 섬으로 돌아올게."



"쓸데없는 배려를 가르친 기억은 없어요, 시치카."



 그래도, 꽤 기쁜 소리를 해 주게 되었잖니. 





--------



하드에서 찾은 건 여기까지. 아마 처음에 나레이션을 잡아 뽑은 것(...) 같은데... 마지막 수정 날짜가 2016년인걸 보니 나나미 시점에서 카타나가타리를 쓰는 걸 계획만 했다가, 어려워서 고이 접어둔 것 같네요. 생각보다 재밌길래 올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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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26 21:48:03 (3068일째)
어쩌다보니 일본에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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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1

카타르시아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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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만 섬에 있어도 좀 더 수월해지려나요....아니면 칠화팔열 약점을 못고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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