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묘하게 성직자가 주인공인 판타지는 찾아보기가 힘드네요.
2020.02.14 09:52
1,863
26
0
본문
무협지의 경우는 도방무협이라고 해서, 천진하고 순후한 성품의 주인공이 어떤 이유에서건 제대로 된 선도, 정도를 걸어나가는 무협지가 한 때 심심치 않게 나왔었습니다. 그걸로 이름을 알렸던 간판작가들도 여럿 있었고요.
제 생각에 판타지에서 그 비슷한 것에 해당하는 소재라고 한다면 역시 사제, 수도승, 성기사 같은 성직자물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이상하게 판타지에서는 그런 소재는 찾아볼 수가 없더군요. 기껏 찾은 성직자물은 죄다 어디 한군데가 결여되어 있는 가짜 성직자물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아니, 성직자물이라면 마땅히 주인공은 착하고 사심 없는 호구인데, 주변의 흑막들이 알아서 제 발등을 찍고 똥망하는 전개라거나, 주인공의 호구성을 높게 본 최강흑막이 다른 군소흑막들을 처분하는, 그리고 그 와중에 처음에는 좀 답답했던 캐릭터가 세상물정을 알아가면서 갈등하고, 번민하다가, 마침내 자신이 정말로 원하는 것을, 자신만의 정의와 자비를 깨닫고 정립해가는 전개가 왕도잖아요. 그런데 그런 왕도 성직자 판타지는 한 번도 못봤다는 것이 함정.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나 디아블로를 했던 이들이라면 성직자라고 해서 딱히 신에게 힘을 받는다는 컨셉일 필요가 없다는 것 쯤은 다들 알고 있을텐데. 오히려 '이것이 성직자다' 싶은 이미지를 살릴 생각은 왜 안하는 거냐, 싶을 때가 많네요. D&D물에 나올 법한 캐릭터 템플릿 같은 거 말이죠. 돈을 버는 능력이 탁월한데, 사제의 계율상 일정 이상의 재산은 가질 수 없기 때문에 그날 번 돈은 죄다 어딘가 선한 일에 써버리는 캐릭터라거나. 그림을 그리는 능력이 탁월하거나 음악을 연주하는 능력이 탁월해서 그림이나 음악으로 성력을 발휘하는 사제라거나.
질서 선으로 묘사되어야 하는 다른 성직자에 비해서 드루이드나 룬스미스는 중립 선으로 묘사되어도 괜찮다거나.
도방무협에서 가능했다면, 판타지라고 불가능하진 않을 것 같은데. 그런 취향의 판소 하나 쯤은 있어도 좋을 법 한데. 독자로서 정말 아쉽네요.
- 2.53Kbytes
0
로그인 후 추천 또는 비추천하실 수 있습니다.
-
세이지즈
- 회원등급 : 정회원 / Level 13
포인트 100
경험치 8,360
[레벨 13] - 진행률
44%
가입일 :
2008-03-06 16:24:37 (6132일째)
그 이름은, "Prince of Darkness"
-
자유창작1관 - 세븐리그의 부츠 이야기가 괜히 나온 게 아니긴 하죠.2024-11-28
-
해외팬픽 2관(ㄹ~ㅊ) - 앞다리로만 서는 건 마장마술을 습득한 말들도 못하는 건데 정말 대단한 힘과 균형감각이네요....;;;;2024-10-11
-
해외팬픽 2관(ㄹ~ㅊ) - 외려 부담중량은 옛날 텐포인트 시절이 정말 하드했었죠......2024-08-02
-
자유창작1관 - 앜, 아닠(폭소)2024-07-16
-
자유창작1관 - 살성의 탄생이군요. 유세하의 광기는 무엇으로 진압되려나요? 때마침 연오랑, 월하랑이 지켜보고 있으니 그 도움을 받게 될까요?2024-07-13
-
자유창작1관 - 주작을 보신경으로 활용하면서 나머지 셋을 현천지공의 공격적적인 스타일로 펼치되, 기존 사신무처럼 표홀하게 움직이면서 연환격(극성칠연격 같은 느낌)을 가하거나 기존 현천지공처럼 숨쉴틈없이 연속발경을 가하는 이동제정 방식이 아니라, 사조영웅전의 합마공처럼 발경 스택을 쌓아뒀다가 한 번에 터뜨리는 방식인 거군요. 어쩐지 주작계열 유술이나 신법 자체도 날파람 계열은 그냥 보조고, 울력걸음쪽이 더 주된 사용방식이 될 것 같기도 하네요.2024-07-12
-
자유창작1관 - 아 결국 현원지경이 나오나요……. 대충 위력이라고 할까, 무진이나 파멸진이랑 비교하면 파워밸런스가 어느 정도로 나오려나요? 유세하 재능은 어느 정도일지도 궁금하네요. 연속발경을 분절 없이 펼칠 수도 있을까요?2024-07-11
-
일반창작1관 - 오거/트롤의 소중이 및 태아체가 작거나, 여성이 인자강 터프니스거나? 아니면 양쪽의 성별이 정 반대라거나……. 앗, 아앗!(깨달음)2024-06-07
댓글목록 26
로마시멜님의 댓글
<div>주인공이 성기사입니다.</div>
<div><br /></div>
<div>다만 연중이 아쉽네요 ㅠㅠ<br />
<div><br /></div></div>
세이지즈님의 댓글의 댓글
jlwkrtg님의 댓글
<div>성직자는 대 언데드/마족(다만 일정 수준 이상이면 역으로 털린다)를 제외하면 힐러셔틀으로 보니까?</div>
세이지즈님의 댓글의 댓글
젝카님의 댓글
괴물임니다님의 댓글의 댓글
<div><br /></div>
<div>자신의 마음속의 신의 의지를 행하는 그런느낌도 가능할법한대 다 그리스식 인격신 </div>
<div>나오고 하니 그런건거의 없지요...</div>
덕군자님의 댓글
DarkPhoenix님의 댓글
<div><span style="font-size: 9pt"><br /></span></div>
사심안님의 댓글
CNBlack님의 댓글
<div>그것도 어지간한 일이 없으면 그 신분에서 벗어날 일도 없고 벗어나려고 하지도 않는?</div>
<div>부림을 받는 자리에 안주하는 주인공을 사람들이 좋아할까요? <img src="/cheditor5/icons/em/em82.gif" alt="" border="0" style="width: 50px; height: 50px; margin: 1px 4px; vertical-align: middle" /></div>
세이지즈님의 댓글의 댓글
Eida님의 댓글
<div><br /></div>
<div><font size="5" face="궁서"><b>초창기 부터 있네요 뭐<img src="/cheditor5/icons/em/em13.gif" alt="" border="0" style="width: 50px; height: 50px; margin: 1px 4px; vertical-align: middle" /></b></font></div>
메가보스님의 댓글
psyche님의 댓글
<div><br /></div>
<div>...</div>
<div><br /></div>
<div>판소는 아니지만, 브라운 신부 시리즈 괜찮습니다.</div>
슬라이딩112님의 댓글
마르키아스님의 댓글
아스펠님의 댓글
<div>판타지는 처음부터 교리를 다 만들어야 하는 점도 있죠. 그렇지 않고 최대한 현실 종교를 가져온다 해도 신학, 종교철학에 대해 제대로 공부하고 파고들 작가가 얼마나 되겠습니까? 저는 폴라리스 랩소디가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게, 영도좌가 하리야 선장과 파킨슨 신부와 퓨아리스 4세를 그려냈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div>
<div>그런 의미에서 폴랩 보세요 폴랩. 저거 영도좌 작품 중에 가장 저평가받는 면이 있는데 굉장히 뛰어납니다.</div>
Eida님의 댓글의 댓글
아스펠님의 댓글의 댓글
Icthultu님의 댓글
아스펠님의 댓글의 댓글
Eida님의 댓글의 댓글
월영검마님의 댓글
<div>퇴마록은 4인 주인공체제라... [...]</div>
<div><br /></div>
<div>서방진인록 왜 연재가 안될까요... [...?!]</div>
그라스님의 댓글
뷰너맨님의 댓글
<div><br /></div>
<div>가공의 종교라도 교리와 종교적 신념에 따르는 걸 기본으로 해야하는데 이는 역으로 말하면 어떤 상황이 발생하면 성직자가 그 두가지를 무시하고 다니는 게 과연 어떻게 될까요. 물론 그 두가지를 지키지 않는 케이스. 역시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문제로 나가면 더 복잡해지기 쉽겠죠.</div>
<div><br /></div>
<div>실제 종교를 따른다면 실제 종교를 분석하고 배워서 써먹어야 하는데 그거 까지는 문제가 없겠지만, 종교계와 자칫. 시비가 터지는 문제가 발생하면 감당 하기가 힘듭니다. 물론 제대로 된 종교인이라면 회화화를 좀 한다고 해서 뭐라 하지는 않겠지만, 세상에는 별의 별 시비를 거는 사이비 종교 집단들이 있죠.(...)</div>
<div><br /></div>
<div>성직자를 주인공으로 삼기 힘든 건 정해진 걸 벗어나기 힘들어지게 만드는 두 부분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div>
Alche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