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이런 용사 소재, 요즘 거의 못본거같네요.
2020.08.10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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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소설시장이 사이다를 지향하다보니, 인간적인 고뇌, 그에따른 후회와 행동..그런 글이 거의 안보입니다.
장애물이 있다 해도 자신 스스로에게서 유발된게 아니라 그저 외부의 적들정도만.
그러다보니 갑자기 그런 용사물이 급격히 떙기네요. 으엉.
그래서 문득 생각난 소재가 아래와 같습니다.
폐륜(...) 용사
【그것은 앞에서 소리지르는 작은 것을 바라보았다. 시끄럽게 울고있으나 위협이 느껴지진 않는다. 손쉬운 먹잇감. 그것은 입을 벌렸다.
몸은 마치 용수철처럼 튀어나갈 준비를 마쳤다. 그 사이 아기는 지친 모양인지 숨을 가파르게 내쉬며 고개를 돌렸다. 마주치는 눈과 눈.
아기는 자신에게 다가올 그것에 위협을 느끼지 못했다. 피식자로서 느낄 당연한 본능이 작동하지 않았다. 아기임에 불구하고 체념이 서렸기 때문인가. 그건 알 수 없었다.
그저 웃었다. 아기는 신기했던 것이다. 자기 외의 새로운 생물에 대해. 그래서 그것은 튀어나가려던 것을 멈췄다. 그것에게 있어 인간 아기의 표정을 알아볼 능력은 없었다.
종이 달랐으니 당연한 일이다. 그저 아기가 품게된 분위기. 그 분위기가 아기를 먹잇감이 아닌, 그저...】
이런 도입부를 갔다가,
【그는 망설였다. 그는 에델산의 흑막이 누군지 모른다. 그저 무차별 살인사건이 있음을 알 뿐이다.
하지만 머리를 스쳐가는 한가지 형상이 있었다. 자신이 무시당했던 원인이다. 애증의 존재였다.
그래. 애증이었다. 자신의 부모가 같은 인간이 아니라고, 자신을 짐승의 자식이라 부르게 한 존재.
하지만 자신을 어엿하게, 강하게 키워주었던... 아직까지도 주변인에게 당당히 말할 순 없으나 분명 부모라고 무의식으론 생각하고 있는 존재.
그래서 그는 말했다.
"이 의뢰는 저희 일행이...해결하겠습니다."
이 사건, 그리고 해결. 그는 느끼고 있었다.
사건의 해결은 철저하게 자신을 구렁텅이로 밀어넣을 것이라고.
그러나, 반드시 그 자신이 해야할 일임을 느끼고 있었다.】
이런 중간부를 갔다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마을 근방의 사람은 먹잇감으로서 잡혀갔다. 자신과 지냈던 하얀털, 푸른눈을 지녔던 그것은 더 이상 그 고아한 형상을 띄지 못했다.
검붉게 물든 털의 색과 노란 눈. 누가 보면 타락했다고 할 것이고, 누가 보면 그저 사악할 뿐이라고 할 형상.
하지만 싸움 내내 마주진 짐승의 눈에 긷든 것은 애정이었고, 걱정이었으며, 안타까움이었다.
그 감정은 그의 증오의 방향을 바꿔갔다. 애정은 증오를 쇠사슬로 벼려냈다. 그리하여 증오의 쇠사슬은 싸움이 진행되는 동안 그의 마음에 박히고, 둘둘 돌려져 옥죄었다.
그 끝이 지금이었다. 쓰러진 짐승의 눈엔 더 이상 감정이 긷들지 못했다. 이 산의 그 무엇보다 강력한 이빨은 더 이상 무기가 되지 못했고 탄력넘치던 근육은 풀어져 제역활을 못했다.
모순되지만 그 모습을 바라본 그는 가슴이 차갑고, 뜨거웠다. 울부짖어 내뱉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스스로의 죄악임을 그는 알기에.
또한 자신이 여기에 와야하는 이유를 알았다. 이 사건은 다른 이의 손으로도 해결될 수 있었다. 자신일 필요는 없었다. 반대로 자신 그 스스로였다.
부모의 끝을 지켜보는건 자식이어야만 했다. 설령 이 사건이 자신의 파멸을 이끌더라도.
"끝났어."
그는 웃으며 말했다. 당장이라도 울부짖고 싶었으나 그건 '오즈의 등불'로선 보일 수 없는 모습이었다.
그는 사건의 해결자로서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이 일은 행복한 결과였음을 알려야만 했다.
그래서 그는 인간으로서 웃었으나 자식으로서 울었다.
동료는 그것을 알았으나 내색할 수 없었다. 그저 그들도 웃었다. 그들은 이 사건의 상세를 알았다. 그렇지 않다면 그의 동료를 칭하지 않았을터다.
다만 그가 웃었기에 그들도 웃어야만 했다. 지금 이 시간은 그만이 행동할 수 있는 시간이며, 그만이 풀어야만 문제였으니.
사건은 행복한 결말로 끝났다. 그러나 이는 영웅의 절망을 고하는 일이었다. 】
저런 소설 보고 싶어영.
아니면 세계를 지키기 위해서 사악한 수단을 써서 사건을 막지만 그 결과 타락해서 자신의 손으로 수천만의 사람을 죽이고, 제정신을 차린 대마법사 이야기라던가?
...아, 이것이..유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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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r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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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5
ANTInumber님의 댓글
Doror님의 댓글의 댓글
뷰너맨님의 댓글
<div><br /></div>
<div>간편하게 보기 좋고 걱정 없고 악덕 부수면서 쾌감어린 싸지르는 상쾌함. 쳐부수는 호쾌함. </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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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그런 걸 충족 시켜주는 게 더 중요한 상황이 되어버렸죠. 현실이 괴롭고 힘들고 버티기 어려워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그러한 고뇌를 고찰할 여유가 있겠습니까.<img src="/cheditor5/icons/em/em3.gif" alt="" border="0" style="width: 50px; height: 50px; margin: 1px 4px; vertical-align: middle" /></div>
<div><br /></div>
<div>개인적으로는 그렇게 가볍고 재미나게 즐길 수 있는 작품들이 더 즐거워서 행복합니다.<img src="/cheditor5/icons/em/em4.gif" alt="" border="0" style="width: 50px; height: 50px; margin: 1px 4px; vertical-align: middle" /></div>
Doror님의 댓글의 댓글
<div>저도 사실 가볍고 재미나게 즐기는 작품들을 좋아해요. 근데 요즘 너무 그런것만 읽어서...예전에 읽었던 묵직한 판타지, 사람간의 관계묘사, 단순히 외부 요인을 치우면 되는게 아닌 스스로에게서 우르러 나오는 내적갈등... </div>
<div>그러다보니 대충 위에 묘사한 묵직한 이야기들이 보고 싶어지는...<img src="/cheditor5/icons/em/em6.gif" alt="" border="0" style="width: 50px; height: 50px; margin: 1px 4px; vertical-align: middle" /></div>
Kachina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