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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잡담

[조언] 글이 안 써질 때는 어떻게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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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안 써져요'라는 말은 창잡게에서도 대단히 많습니다. 까놓고 말해 저도 많이 징징댔고.
그에 대한 처방은 크게 둘로 나뉩니다.



1. 글을 쓰지 말고 쉬어라.

2. 아무 거나 글을 써라.



.......어라? 모순 아님?

아닙니다. 오히려 저건 둘 다 해야 합니다.



글이라는 것은 결국 억지로 끌어내도 한계가 있습니다. 머리를 쉬고 새 소재를 얻고 생각을 하고 다른 사람의 글을 읽는 여러 방법으로 리프레쉬를 해줘야 글을 쓸 수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글을 한 번 놓아버리면 다시 쓰게 되기까지가 어렵습니다. 많은 연중작은 이런 식으로 생깁니다. 글을 쓰는 관성이란 중요합니다. 프로 작가들이야 이미 생계가 걸렸으니 어떻게든 써야 한다는 이유가 있지만 아마추어는 언제든지 글을 포기할 수 있습니다. 아니, 프로 작가도 글이 영 채산이 안 맞으면 다른 직업을 찾는 게 현명하다는 출구전략이 있지요. 글을 놓을 핑계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게 틀린 것은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자기만족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그만둘 수 있다는 것도 명백하죠. 여기서는 글을 쓰네 마네 하는 문제는 본인의 결심에 따른 것이니 이야기하지 않고, 단지 글을 계속 쓰려 한다는 전제 하에서만 얘기하겠습니다.





글을 쓰는 것을 훈련해야 합니다. 동시에 글로부터 유리된 생활을 하는 것도 훈련해야 합니다. 둘 다 하려면 일단 체력이 필요하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겠죠.

글과 그 외를 철저히 구분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그러지 않는다면 일상생활이 글 때문에 방해받고, 반대로 글쓰는 것도 일상 때문에 방해받습니다. 가족들이 방해하고 친지들이 방해하는 것은 모두 본인이 그래도 되는 것이라고 인식시켰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집필을 방해받으면 안 된다고 분명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뜻입니다.

보통은 굳이 구분을 하지 않습니다. 왜냐면 글이 잘 써지거든요. 글이 넘쳐흐르는 우물물처럼 솟아나온다면 어떻게 제어하기 힘들어 글이 일상생활을 침식하는 것을 어쩔 수 없이 방관하게 됩니다. 그러면서도 일상생활이 글을 방해하지 못하게 한다는 것은 당장 이런 말을 듣죠. 이기적이다, 혼자 사는 거냐, 그걸로 먹고 살려고 유세 떠냐 등등. 이건 남이 아니라 자기자신에게도 들을 수있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글이 잘 써질 때에는 글이 일상을 침식하고 반대로 일상이 글을 방해하는 것도 용납하게 됩니다. 왜냐면 방해받아도 글은 얼마든지 쓸 수 있다고 여기거든요. 그러다가 슬럼프가 오게 되는데도 계속 그 자세를 유지하게 되면? 일상이 계속 글을 방해합니다. 안 그래도 안 써지는데.



그 때는 비상체제로 들어가야 합니다.



프로 작가들을 따라하는 셈이 됩니다만, 프로가 하는 이유는 그게 글을 쓰기에 효율적이기 때문입니다.

주로 단편이나 습작이 되겠습니다만 일정 시간을 정해두고 아무 방해도 받지 않은 채로 글만 쓰는 겁니다. 굳이 이어갈 필요도 없고 황당해도 좋고 대충 날려도 좋으니 일단 '글을 쓴다'는 그 자체를 뇌에 훈련시키는 거지요.

일단 그것으로 집필의 체력을 유지하는 한편, 그 외의 시간에는 글로부터 완전히 떨어집니다. 그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사실 이것은 문어발 작가들에게 유리한 것이기도 합니다. 왜냐면 이 소설이 안 이어지면 딴 거 쓰면 되거든! 새 거 하나 연재 더하지 뭐!

......그러니까 문어발 작가들은 '완결 하나 안 내고 썼다 하면 연중'하는 주제에 '활동은 끊임없이 계속되는' 고약한 생명력을 가지게 됩니다. 그야말로 암세포 수준의 생명력 아닐까....(누워서 침뱉기)

그렇지만 그것이 문어발 작가들이 우월하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이건 기본적으로 아마추어 작가로서 계속 붙어있게끔 만드는 생명유지법이지, 결코 스스로 발전해나가는 레벨업의 방법은 아닙니다.

제가 보는 가장 이상적인 상황은 장편 연재를 하면서 한두 달 정도 휴식기를 정기적으로 갖고, 그 동안은 습작이나 단편을 써가며 리허빌리를 하고, 휴식기가 끝나면 계속해서 완결까지 달리는 그런 작가입니다. 그런 작가라면 이 방법으로 슬럼프를 넘기면서 계속해서 발전할 원동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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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11 11:59:16 (6235일째)
팀 통조림 게으름뱅이 편집자 아스펠입니다

댓글목록 13

뷰너맨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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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데 쓸 수 있는 에너지에 한계가 있다는 걸 이해할 수 없는 것과 절실하게 느끼고 난 뒤의 자기자신은 아주 많이 달라지죠...



<div><br /></div>

<div>에너지란. 절대 무한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그 에너지가 언제 고갈 되느냐? 모릅니다. 바닥을 드러내기 직전. 어느 순간. 안 써진다는 느낌이 오는 그 때가 아니면 누구도 모르죠.</div>

<div><br /></div>

<div><img src="/cheditor5/icons/em/em56.gif" alt="" border="0" style="width: 50px; height: 50px; margin: 1px 4px; vertical-align: middle" /><br /></div>

<div><br /></div>

<div>그래서 에너지 공급이 끊기지 않게 만드는 거 하나에만 집중을 하는 게 결국 오래가는 비결이기도 합니다. 작업 방식이나 자잘한 것을 고쳐서 재밌게 만들어나가는 게 제일 중요하죠.&nbsp;</div>

아스펠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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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에 흥미가 생기는 시기는 대개 젊음을 불사르기 좋은 시기이기도 하죠.......체력을 갈아넣는 게 가능하고, 시간을 만드는 게 가능하고, 그러면서도 학교 등 외부 요인으로 시간 조절이 가능한.

<div>그 비슷한 생활을 스스로 유지할 수 있다면야 롱런이 가능하지만, 그건 철저한 자기제어가 필요하다는 게 또.......</div>

뷰너맨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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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을 땐 진짜 체력이 찌그러진다는 게 뭔 소린지 잘 이해가 오지를 않는데... 이게 오래 가다보면 점점 문어발 연재가 더 힘들다는 게 다가오는 부분에 점점 뭘 제대로 완성 시키지 않음으로 인한 경험 부족이 다가오면서 지치기도 쉽지요...&nbsp;<img src="/cheditor5/icons/em/em56.gif" alt="" border="0" style="width: 50px; height: 50px; margin: 1px 4px; vertical-align: middle" />

<div><br /></div>

<div>거기다 엔진을 마구 돌리기만 하면 더 지쳐나가니. 뭘 하는 것도 아닌. 그냥 가만히 있을 수 있는 시간도 소중히 여기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번씩 머리를 잠시 쉬게 만드는 등. 쉬는 것도 지쳐서 쓰러지는 게 아니라 포근한 잠을 자는 것도 중요하고. 점점 고갈 되어가는 것이 자신을 갉아먹기 때문에 눈치를 채는 순간은 이미 늦어서 충전도 쉽지가 않죠.</div>

아스펠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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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젊음은 잃기 전엔 귀중한 줄 모른다'라 하겠습니다.

<div>젊음이라는 한정된 자원과 시간을 사용해서 경험을 쌓아놔야 하는 건데, 그 때 하나에 몰두에 끝까지 해내지 않으면 그 뒤는......윽, 머리가....!</div>

뷰너맨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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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src="/cheditor5/icons/em/em24.gif" alt="" border="0" style="width: 50px; height: 50px; margin: 1px 4px; vertical-align: middle" />

은소야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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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가 무척 좋습니다. 매일 소재가 생기고, 자기 생각을 쓸 수 있고, 기본적으로 남들 눈 의식하지 않고 자기만을 위해 쓰는 가장 확실한 글이거든요.&nbsp;

아스펠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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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확실하죠. 소재가 쌓인다는 것도 그렇지만 기발한 문장이 나올 수 있다는 것도 좋습니다. 그런 걸 모아뒀다가 한 소설에 써내면.....!

Wolf君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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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랄까, 저는 지금 써도 도저히 만족하게 나오질 않아서 진도가 안나가네요...

<div>그게 참 문제란 말이라...후...</div>

<div>이렇게 쓰고 싶다라고 구상이 분명히 존재하는것인데 도대체가 몇일을 써도 진도를 못나가는...</div>

<div><br /></div>

<div>뭔가 글쓰기용 게이지가 0에서 회복이 안되는것 같아서 그게 암담하다는 것이... 생각같아선 어디 혼자 바람이라도 쐬며 재충전 하고 싶은데</div>

<div>이시국이...이시국이.......후....</div>

뷰너맨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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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고 밖에 답이 없죠... 왜 온갗 프로 작가들 뿐만 아니라 어지간한 건

<div><br /></div>

<div>"퇴고가 답이다. 퇴고가 좋은 것임을 알고 있으며 그게 제일 좋은 방법이고 그게 가장 좋다는 건 머리로는 아는데 퇴고가 가장 힘이 들고 제일 어렵고. 그리고 마음이 퇴고를 하면 더 나빠진다고 착각을 하기 쉬우니까 퇴고를 하지 않지만, 결국. 가장 멀리 돌아가는 길.(퇴고)이 가장 빠른 길이라는 걸 깨닫지 않을 수 없다."</div>

<div><br /></div>

<div>퇴고. 그게 답인 건 아는데. 참... 만족할 글이 나오는 게 어려울 땐 그게 가장 좋은 만병통치약이지만,...<img src="/cheditor5/icons/em/em32.gif" alt="" border="0" style="width: 50px; height: 50px; margin: 1px 4px; vertical-align: middle" />&nbsp;퇴고는 힘듭니다...</div>

솔로카오스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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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을 꺽으면 많은게 편해지더라고요. 많은게 아까워지기도 하지만 내 적성은 아닌가 생각하죠.<img src="/cheditor5/icons/em/em29.gif" alt="" border="0" style="width: 50px; height: 50px; margin: 1px 4px; vertical-align: middle" />

Eida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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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마치 : 불렀어?

백수하마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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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글이 안 써질 때 잠시 쉬다가 다시 펜을 잡으면 막혔던 글이 술술 풀립니다. 쓸 때는 떠올라야 하는 글감이 왜 이제와서 나오는건가 스스로 놀랄 정도입니다.

TrueCentiped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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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쉬다가, 잠시 다른 이야기를 한 번 적고 지워보세요.

<div>그러다가 정말 안 되면 진짜로 다른 취미를 한 두시간해보고 다시 적으면 술술 풀립니다.</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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