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글을 잠시 쉬어야 하는데. 심정이 심각하게 복잡합니다.
본문
글쎄요. 일단 눈을 꾸욱 감고. 적어보고자 합니다.
왜냐하면 지금 이렇게 라도 하지 않으면 글을 도저히 적을 수가 없거든요.
타자를 보면서 적으면, 어떻게든 자기평가가 들어갑니다. 어떻게든 리듬에 맞춰서. 음율에 맞춰서 적어야 한다는 생각에 빠집니다.
그러다보니 점점 글 쓰는 속도가 느려지고, 타자 한두개 사이로 오타*가 난무하며, 그걸 고치고 머리가 아파오고, 결국엔 또 절필을 하게 되죠.
)* 여기서 오타라는 건 그냥 '어&이' 정도의 맞춤법이 아니라. ,"그다먄여루음 어젛게 되ㅑ나궁요(=그 다음은 어떻게 되냐구요)" 수준의 문장파괴급을 말합니다...자주 일어나더군요 저에겐.
그래서. 지금 적는 건 눈을 감고ㅡ 타자를 생각 나는 대로 최소한의 교정만 하면서 치고 있습니다.
놀랍게도 이렇게 치니깐 평소에 키보드 한 두개 사이로 난무하던 오타도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이상할 정도로 잘 적히고 있어요.
그러니깐... 눈을 감은 채로 타자를 치니, 이제 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타입문넷에는 글을 적은 지가 꽤 오래 되었습니다 찾아보면 거의 2010년대 글도 나올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시절을 회상해 보자면 저는 다음 사이트에 상주하던 글쟁이었는데, 거기서 "타입문넷에 적지 마라, 거긴 잘 쓰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안된다"라고 말하던 걸 박차고 나간 기억과
그 다음부터 여러모로 라노벨을 보면서 끄적끄적이며 즐겁게, 그리고 하루에 15kb씩 뽑아내는 지금은 상상도 못할 일을 연거푸 하며 살았습니다.
그게. 음. 최소한 15년이겠네요. 가입년도를 보니 의외로 말이 됩니다.
눈팅 기간을 뺴고 보더라도 전 15년동안 이 곳에 있었고, 꾸준히 한 세계관을 파고 있긴 했어요.
그런데, 최근에 어느 순간부터인가. 글을 적는게 적는 게 아니게 되었습니다.
한글자. 한글자 치는게 너무나도 고통스럽고, 갑자기 헛구역질이 나오고, 머리속에서 팝콘이 튀겨지는 것 같았습니다.
가슴과 심장이 터질 것 같은데, "적지 않으면 안돼적지않으면안됒적지않으면안돼적어야해적어야ㅗ해적어야해적어야해" 라는 생각에, 어떻ㄷ게든 생존신고랍시고 적어내리는게 거의 일상이 되고 말았습니다. 글을 적는게 즐겁지 않습니다. 그냥 한글자라도 더 적자가 아닙니다. 적지 않으면 안된다. 그런 집착과 강박관념이 그냥. 영원히 . 영원히 영원히 영원히 남은 기분입니다.
AA조차. 리플조차. 한글자 한글자 적는게 너무나도 고통스럽습니다. 단순한 생각조차 고통스러웠습니다. 이 고통이 왜 그런지도 몰랐습니다.
기쁨이 살짝 밀려왔다가. 가슴이 먹먹해졌다. 머리에 천둥이 치며, 입에서 신음소리가 줄줄히 흘러 나오다가.....
결국. "슬럼프인가 보다" 라면서 잠시 딴 짓을 하며 , 제발 이게 풀리길 빌길 반복하다가- 다시 쫗아가듯 따라가는 삶이었습니다.
및천이 바닥나고 긁어내리듯. 달려도 .따라잡을 수 없는. 터무니없이 멀리 나가며, 모든 게 도망치며, 걸어 다닐 떄는 행복하나 타자 앞에 서면 고통스러운.
그런 시간 시간이 누적되며, 눈이 쌓이듯. 그 눈이 녹듯, 벛꽃이 녹은 물에 떠내려가듯, 소복히 기억의 강 위에 쌓여서 흘러 내려가다....
마침내. 오늘. 불현듯 강 가에 떠오른 술병에 그 벛꽃잎들이 뭉치듯 꺠닫게 되었습니다.
전 지금까지, 이 타입문 넷에선 그 누구에게도 행복하지 않는 글을 적고 있었다는 걸요.
그제서야.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게 되더라구요. 리플 2개. 조회수 열자리. 점점 수렁에 빠저가는 이야기.
전 지금 적기 위해. 도망치듯 달리며, 밤 중에 방 문이 열릴지도 모른다는 공포와, 자기 개발시간을 허비한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음에도
그 내용은 고작, 몇년전의 제가 본다면 미친 글쟁이가 아니시냐며 욕질을 할 처참하고 비열하고 작은 용량의 글만 나오고 있었습니다.
그 내용도 전부 제 머리속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에 대해서 알아차릴 여유도 없이 달려나가는 세계관,
어느정도 몇주 정도 쉴 수 있게 되었음에도. 진도 없이 그냥 제자리에 멈춰있는 글들. 반복되는 죄책감. 끔찍한 죄악감.....
전. 단 한 두명만이 간신히 알 수 있을 이야기에. 말 그대로 취미로 적는 글에, 문자 그대로 제 목숨을 갈아넣고 있었습니다.
3~4통의 약병 진단서, 그 너머에 있는 스트롱샤워와 안주거리가. 그게 제 환상이나 마음가짐이 아니라 진짜 현실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뇌가 타들어갈 것 같아서. 쉬어야 되겠습니다.
하지만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는 건 또 죄책감에 돌아오는 계기가 될 수 있어서, 그 증거는 남겨야 할 것 같아서. 이렇게 적습니다.
누군가 의야해 할 수 있어서,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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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10
MiHael님의 댓글
댓글 자체가 차후 세계관 전개에 대한 힌트가 되기도 하는 연재물 특성상, 저도 확실히 뭐랄까... 그냥 단순 개드립보다는 어느 정도 신경을 쓰고 댓글을 적어야 해서 때때로 심력 소모가 좀 있었죠.
(특히 소재 자체가 저한테 익숙하지 못한 소재라면 댓글 아이디어 짜내느라...)
중요한 건 역시 '내가 무보수로 내 열정을 투입해서 즐기기 위해 쓰는 글' 이라는 2~3차 창작 특성상... 내가 즐겁지 않으면 너무 무리해서 쓰다가 정신건강 해치면 안 된다, 라는 거 아닐까 싶습니다.
'글을 계속 쓰는 작가와 절필하는 작가의 차이' 짤에서처럼 너무 심력을 소모하지 말고 가끔은 설렁설렁 쉬어가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 https://blog.naver.com/dloere4/223449899977
물론 '너무 진지하게 오른쪽으로 쏠려도 죽고, 너무 가볍게 왼쪽으로 쏠려도 죽는다. 그러므로 가운데를 유지하는 마인드가 중요하다' 라는 닌자 슬레이어의 명언처럼, 어느 정도 균형은 유지해야 겠지만... 요는 그거 같습니다.
이건 내가 즐기기 위해, 내가 원작에서 아쉬웠던 점을 보충한다는 대리만족을 위해 쓰는 글이다. 너무 놓아버려도 좋지 않지만 너무 팽팽하게 당겨도 좋지 않다. 같은 느낌?
그러니까 균형, 중용을 유지하는 게 좋다는 너무 흔하고 틀에 박힌 말입니다만... 그만큼 도움이 되는 말이니 지금까지도 계속 이렇게 회자되고 있는 거겠지요. 물론 당연한 말인 만큼 지키는 것도 생각보단 쉽지 않고;;;
그러니... 지금 알터드님께서는 정신이 너무 팽팽하게 당겨지셔서 확실히 별로 즐겁지는 않은 상태이신 것 같습니다. 아니 문자 그대로 목숨을 갈아넣고 계시다는 표현을 보면, 잘은 몰라도 그것보다 조금 더 심각한 상태일지도 모르겠군요;;;
그렇기에, 쉬시다가 내키시면 천천히 돌아오셔도 될 것 같습니다.
결국 저희가 쓰는 글은 따지고 보면 여가를 위해 자유롭게, 즐거움을 위해서 쓰는 글. 릴레이 참여자들 그 누구도, 아무도 강요할 순 없는 글이니까요.
(제가 체질 자체가 알콜쓰레기라 괜히 말씀드리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알코올을 각성제 삼아 창작활동하시는 건 좀 위험하지 않나 조심스레 말씀드려 봅니다.
알콜섭취 없이 카페인 섭취 후 밤새워서 한두번 쓴 것만으로도 심장이 파업 할락말락 하는 게 느껴져서 '야 이건 도저히 사람이 할 짓이 못되겠구나' 싶었는데 거기에 알코올까지 더해지면;;; 뭐가 일어날지 심히 두렵습니다)
P.S.
제 경우에는 일단 에피소드 하나 끝내면 그 날 ~ 그 다음날은 무조건 뜨끈한 물로 목욕 한번 해 주는 루틴이 있습니다.
동네 온천에 가서 사우나 좀 때리고... 만약 거기까지 걸어갈 힘도 없을 정도라/지갑이 오링이라 그럴 형편이 안 되면 최소한 욕실에 물 받아서 목욕이라도 하는 식으로 틈틈이 충전해 주고는 있지요...
(당연하지만 진짜 어어어어어어엄청 피곤 MAX인 상태에서 뜨거운 물로 목욕이나 샤워를 하면 심장마비로 훅 간다고 하므로 그때그때 몸 상태 봐서 하긴 합니다)
오타드is알터드님의 댓글의 댓글
....액. 그렇게 보자면 오늘 이 상황은 확실히 알콜 부작용이었나 보네요. 확실히 스트롱뭐시기는 더 미사면 인되겠;;;;
MiHael님의 댓글
떠돌이개님의 댓글
저보다야 뭐...
MiHael님의 댓글의 댓글
오타드is알터드님의 댓글의 댓글
알콜 부작용....무섭도다...;;;;;
잠시 소설보다는 조금 더 흔적이 남는 일(예시: 모드 점검!) 하면서 겸사겸사 해야 되겠어요.
지루함님의 댓글
타입문넷은 좋게도 나쁘게도 취미로 글쓰는게 많아서 뚜렷한 지표가 되기 힘들어요.
돈을 번다고 생각하기보단 지금까지 해온 것들이 잘 만들어진 것인지 검토하는 목적으로 올려보셔도 괜찮을 것같습니다.
오타드is알터드님의 댓글의 댓글
그리고 그 제안이라면...... 사실 여유가 있을 때 생각해 놓은 사안이 있었습니다. AA로 적은 부분의 소설화.
...조금 더 편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쳇GPT를 구워삶고 있는데 잘 될지는 모르겠어요.
souloflord님의 댓글의 댓글
라이티르님의 댓글
취미라고 다독여도 반응이 적다는건 그것만으로도 강한 스트레스 요인이니 더더욱 그러하겠죠.
안타깝게도 타입문넷의 창작은 많이 기울었다보니 윗분들 말씀처럼 노벨피아처럼 조금더 사람이 많은곳에도 같이 가보시는건 어떨까합니다.
조금 더 많은 관심과 가능성은 멘탈을 잡는데 많이 유용하니까요.
차마 힘내시란 말은 못하겠고, 다만, 조금더 기운이 나셨으면 합니다. 원하시는만큼 원하시는 글을 쓰실수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