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츠치키 료야가 없는 환상향 후일담 일부
2015.08.04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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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말을 꺼낸 건 마리사였던 걸로 기억한다.
나나 그 사람이나 먼저 말을 꺼내서 소풍같은 걸 가는 성격은 아니었으니까. 요괴의 산에 소풍을 가든 안개호수에 멱을 감으러 가든 상황을 주도하는 건 마리사였다.
나나 그 사람이나 먼저 말을 꺼내서 소풍같은 걸 가는 성격은 아니었으니까. 요괴의 산에 소풍을 가든 안개호수에 멱을 감으러 가든 상황을 주도하는 건 마리사였다.
장소는 마법의 숲 근처였다. 유난히 벚나무가 많이 있는 곳이었다. 몇 번 버섯을 안주삼아 술을 마시다보니 어느 순간 주변은 인요로 가득했다. 아아, 아마 중간부터 끼어든 스이카가 모아서였을까. 유카리에 유유코, 홍마관에 영원정, 모리야신사까지.
정신을 차려보니 그 사람은 옆자리에 없었다. 이곳저곳에 발이 닿는 사람이니까 다른 누구한테 붙들려 술이라도 마시고 있겠지, 그렇게 생각했다. 무슨 기분이 들었는지 어느 순간 주위를 보았다.
시끌벅적했다. 유카리와 유유코는 친구답게 서로 술잔을 주고 받았다. 스이카는 찌푸린 얼굴의 텐시에게 어깨동무를 했다. 마리사는 앨리스와 파츄리와 함께 뭐라 알아듣질 못할 이야길 했다. 카구야는 모코우와 함께 신경질을 부리며 술대결을 펼치다가 투닥거렸다. 사나에는 주정을 부리며 신들을 곤란하게 했다.
싫었다.
주변이 너무 시끄러워서, 나만 홀로 있는 것 같아서.
옛날, 아무도 없이 혼자서 신사를 지키고 있던 때가 떠올라서.
─료야 씨.
하고,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을만큼 작게 이름을 불렀다.
「왜, 레이무?」
대답이 들렸다.
놀랐다. 정말이지 작은 목소리였는데.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 사람을 보았다.
어디서 한바탕 구르기라도 한 것 마냥 엉망인 몰골이었다.
「뭐하다 왔어?」
「플랑도르가 놀아달라고 해서.」
「그럼 어쩔 수 없네.」
「응, 어쩔 수 없지.」
료야 씨니까 뭐, 어쩔 수 없겠네─아주 작게, 조금이지만, 웃음이 나왔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아무 이유도 논리도 없는 그 말에 이상할 정도로 수긍이 가는 내가 신기했다. 선생님이라서 그런걸까, 아이들 요구에는 묘하게 약한 면이 있으니까. 다들 좋아하니까. 다들 좋아했으니까.
술을 따랐다. 그 사람의 잔에, 그리고 내 잔에. 이윽고 서로 말없이 술을 마셨다. 술잔에 따라진 술은 거울처럼 맑았다. 그 속에 세상이 담겼다. 눈부신 하늘. 연분홍빛 꽃잎들. 주변을 가득 채운 얼굴들. 눈조차 제대로 뜨지 못할 정도로 환하디 환한 세상.
그 순간 깨달았다.
어떤 놀라움도 없이, 태어났을 때부터 알고 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나는 이 사람을 사랑하는구나─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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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입부 중 일부분입니다.
뭐랄까, 도입부랑 중간부분, 절정부분은 다 정해졌는데 결말이 좋은 게 생각이 안 나네요.
정확히는 결말이랄까, 결과는 정해져있는데 마무리의 표현이랄까 연출이랄까, 씬을 뭘로 정해야할지가 고민.
원래 학원 방학동안 다 쓸 생각이었씁니다만...다른 걸 하느라 노느라 미뤄뒀더니 내일은 다시 학원으로
8/3 군대 가신다고 하신 독자분이 조아라에 계셨는데 미안해 죽겠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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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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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10 12:20:02 (3643일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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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자레안님의 댓글
Astraea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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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슈님의 댓글
시간의방랑자님의 댓글
거부를 묻지않겠어요!